세계최고의 방송Show를 경험하다

세계최고의 방송Show를 경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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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을 시작하며

NAB 참석차 미국행 비행기를 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렜다. 내 인생에 꼭 한번은 가보고 싶었던 나라 미국. 새로운 무언가를 보고 경험하고 싶다는 열망과 방송 생활 4년 동안 느슨했던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반성하는 계기로 삼으려 마음먹고 비행기에 올랐다. 세계적인 방송의 흐름은 무엇인가? 미디어 빅뱅 시대를 맞는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고 지혜롭게 해쳐나갈 것인가? 이런 저런 생각에 젖어 있다 어느덧 11시간의 비행 끝에 창밖에 미국 대륙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공식적인 일정에는 없었지만 비행기가 샌프란시스코 상공을 지나며 나는 운 좋게 금문교도 볼 수 있었다.
 

NAB를 참관하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서둘렀다. 첫 셔틀을 타고 9시부터 전시장 마감시간인 6시까지 햄버거로 점심을 때우는 시간외에는 발에 불이 나도록 하루 종일 걸어 다녔다. 2011 NAB에서는 스마트폰 용 자체 어플리케이션을 제공했다. 세션 일정, 스케줄관리, 전시장 지도, 뉴스 등을 제공했는데 덕분에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었다.

세계 최고의 방송쇼

4월9일부터 14일까지 총 6일 동안 라스베가스 컨벤션 센터에서 성황리에 2011 NAB Show가 개최되었다. The Art of Integration(융합의 예술)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번 쇼는 콘텐츠의 라이프 사이클 즉 생산, 관리, 판매, 분배 및 전송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 각 주요 주제별로 구분되어 전시 부스를 마련했고 이에 관련된 151개국 1500여개 업체, 9만 여명의 참석자, 9개의 컨퍼런스와 3개의 트레이닝, 500개의 세션을 열면서 방송에서 더 나아가 콘텐츠에 관한 모든 기술을 총망라 할 수 있는 통섭의 자리가 되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모하브 사막 한 가운데 위치한 미국 최대의 관광도시 라스베가스에서 개최하는 NAB쇼는 단순히 방송장비의 전시가 아니라 방송인을 위한 거대한 축제의 장 같았다. 그 축제는 마치 라스베가스 야경을 보는 것과 같이 화려하고 웅장했다.
 

   
▲ 3ality사 3D 제작 시연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NAB 기조연설에서 편광방식의 3DTV를 대세로 보면서 최근 삼성과 LG의 3D안경 방식논쟁을 다시 재 점화 시켰다. 전시장은 3D와 4K의 치열한 전쟁터였다. 방송장비 선두 주자들은 모두 3D와 4K 라인업을 동시에 전시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지난해가 3D 방송장비들을 소개하는 정도였다면 이번에는 진정한 3D 장비들의 라인업을 볼 수 있는 자리였다. 3ality Digital은 야외 농구코트에서 3D 카메라로 농구경기를 직접 촬영하여 부조에서 3D로 제작하는 3D 제작 토털 솔루션을 보여주었다. 기술감독, 영상, 리그 Operator, 음향, LSM Operator 등 편광방식 안경을 쓰고 3D를 제작하는 모습에서 3D 노하우를 조금이나마 배울 수 있었다.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서 오랜 시간 지켜보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 FOR.A에서는 HD Super Slow Motion 카메라를 리그에 장착해 3D Slow Motion을 제작 시연해서 눈길을 끌었고 JVC는 Full HD 3D 소형 캠코더도 소개해 3D제작이 방송국에서 뿐만 아니라 조만간 가정용으로 상용화 될 날도 머지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레드로버는 4K 3D 모니터를 세계최초로 개발해 전시하며 한국의 기술력을 한껏 과시했다. 3D가 이제 정착단계에서 응용단계로 진화하는 모습이 사뭇 고무적이었다.

   
▲ SMART TP 텔레프롬프터

3D, 4K와 더불어 스마트폰을 이용한 방송 장비들도 상당한 진화를 보여주었다. SMART TP에서는 아이패드를 이용한 초경량 Teleprompter를 선보였다. 아이폰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제품으로 DSLR부터 ENG 장비까지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제품이다. 아이패드를 이용한 촬영용 슬레이트도 눈길을 끌었다. Tieline은 아이폰을 이용한 IP 오디오 코덱을 선보여 뉴스현장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했다. 그밖에도 아이폰, 아이패드로 컨트롤 할 수 있는 제품 라인업들을 다수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갤럭시 폰이나 탭을 이용한 장비들은 거의 볼 수 없어서 한국인으로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한 업체 부스에서 안드로이드 버전은 왜 안 만들었는지 물어 보니 오디오 딜레이와 여러 에러에 대한 구글 측에서 성의 있는 답변이 없었다고 한다. 많은 장비들이 IP를 이용한 원격지 컨트롤을 옵션으로 채택하고 있었고, 비디오 신호도 IP스트림으로 처리하는 제품군이 많이 나와 있었다.

   
▲ Tieline 오디오 코덱
   
▲ QUICK LINK
   
▲ 아이패드 슬레이트

 다수의 SNG 밴이 위성 링크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Uplink 전송 스케줄링 시스템도 나의 관심을 끌었다. VTR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고, 광디스크나 하드 디스크로 대부분 대체가 되어 파일기반의 시스템은 정착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된다. Streambox, INMARSAT, LiveU, meshTV 등 여러 회사에서 3G, 4G를 이용한 실시간 무선 전송 시스템을 앞 다투어 내 놓은 것으로 보아 조만간 한국에서도 뉴스현장에서 속보성으로 사용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캐논은 DSLR HD 동영상 촬영 모델을 확대했으며 아직은 시작에 불과 하지만 방송 카메라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주제도 더욱 무겁게 던지고 있었다. 트라이캐스터는 가상스튜디오, 스위처, 자막, 인터넷 인코딩기능까지 한 번(All-In-One)에 들어 있는 제품을 선보이며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한국관에 있는 12개의 업체와 독립부스로 있는 30여개의 한국 업체가 방송에 있어서의 한국의 위상을 드높였다. 아직은 방송 트렌드를 주도하지는 못 하지만 조만간 한국이 선두에 설 것이라는 자신감을 업체 관계자들은 내비추었다. 그런 당당한 모습에 나도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 NewTek 부스

이번 2011 NAB는 세계적인 경제 불황과 일본의 대지진에도 불구하고 인력과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무엇보다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저장하고 송출하는 ‘기술’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리였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도 빛나는 기술 없이는 ‘아바타’와 같은 킬러 콘텐츠를 만들지 못 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케이블TV가 방송 시장을 주도한다. 어려워진 경제 사정, 높은 실업률로 가입자는 점차 줄고 있으며, 지상파의 재전송료 인상, 이동통신사와의 가입자 유치 경쟁 등 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 중이며 특히 독자적인 콘텐츠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자체 콘텐츠 제작을 갈수록 늘리고 있다고 한다. 주목할 만한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자체 제작보다는 값싼 콘텐츠만 구매하려는 우리나라 방송의 흐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방송 시장과 정책 실패가 미국만 맹신하며 쫓아가는 우리에게 주는 따끔한 교훈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교훈아래 신속한 첨단 기술 도입 및 끊임없는 시도, 3D 제작인력 교육 강화, 자체 제작인력 강화, 제조사와 방송사, 정부 간의 긴밀한 업무 협조 등 해결하고 추진해야할 많은 숙제들이 우리 앞에 산적해있다. 쉽지 않은 숙제들을 안고 돌아가며 발걸음이 더욱 무거워진다. 그러나 미디어 빅뱅에 대한 우리의 대처, 미래의 먹거리, 한국 방송 시장이 나아가야 할 길을 진지하게 고민 할 수 있는 소중한 자리였던 것은 분명하다.

   
▲ NAB 2011내 설치된 한국관

쇼가 끝나고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은 Central Lobby에 위치한 NAB Book Store였다. 한국에서는 쉽게 찾아 볼 수 없었던 제작 기술에 관한 책들을 보며 지름신(?)이 강령해 버렸다. 전시하고 있는 책 모두 사고 싶었지만 3번을 왔다 갔다 하면서 심사숙고 끝에 책 5권을 구매했다. 전시한 책을 다 살 수 없는 아쉬움이 어찌나 남았는지 떠나면서 2번이나 더 뒤돌아봤다. 한국까지 가져오는데 만만치 않은 무게에 고생을 좀 하기도 했다.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LA국제공항으로 가는 고속도로 상에서 영화에서나 볼법한 자동차 도심 추격전이 벌어졌다. LA상공에는 경찰 헬기가 뜨고 수십 대의 순찰차들이 우리 앞을 지나가며 도주 차량을 쫓기 시작했다. 순찰차들이 지나가는 다른 자동차들을 사고가 나지 않도록 막아섰고, 우리는 영화 같은 이 장면을 가이드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버스 안에서 감상(?)했다. 도주 차량이 고속도로를 빠져나가 다행히 공항까지 가는 길에 문제는 없었다. 할리우드가 있는 영화의 도시LA에서 영화 같은 장면을 본 일행은 잊지 못할 추억을 얻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