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방통위, 벌써부터 진통

새로운 방통위, 벌써부터 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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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조직 개정 협상이 극적으로 마무리되며 미래창조과학부에 일부 업무를 이관한 방송통신위원회도 우여곡절끝에 본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인사권을 가진 청와대가 대표적인 친박 정치인인 이경재 위원장을 방통위원장으로 내정해 사실상 새로운 언론장악을 시도하려 한다는 비판이 불거지는 가운데, 모습을 드러내는 방통위 구성원마저 구 정보통신부 관료들로 채워지고 있다는 설이 파다해 논란이다.

3월 25일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전격적으로 논평을 발표하며 "측근을 배제하고, 전문가를 중용하는 것이 새 정부의 인사 기준이라더니 정작 그 원칙이 꼭 적용되어야할 방통위원장 인선에서는 전문가를 배제하고, 측근을 기용했다. 최시중씨를 방통위원장으로 내세웠던 이명박 정권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언론연대는 이경재 내정자가 종합편성채널 특혜와 관련된 소위 ‘미디어 악법’에 연루되어 있다고 폭로하며 "당장 내정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최근 심재철 의원의 ‘누드 사진 사건’과 맞물려 이 내정자의 과거 여성비하 발언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3월 25일 민주통합당 여성 의원 전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03년 12월 이 내정자가 당시 국회 정치개혁특위위원장 시절에 위원장석을 점거하고 있던 김희선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다른 여자가 우리 안방에 누워있으면 주물러 달라는 것"이라고 말한 사실을 언급하며  "성희롱 전력이 문제가 돼 여성부로부터 시정권고까지 받은 전직 의원을 방통위원장으로 지명한 박근혜 대통령이 진정 ‘준비된 여성대통령’인지, 여성의 권익 보장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당시 여성부는 이 내정자의 이러한 발언이 남녀차별개선 및 금지에 관한 법률 제2조 2항의 ‘언어적 성적 언동’에 해당되는 남녀차별행위라고 판단해 국회의장에게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도록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새롭게 출범하는 방통위의 악재는 이 내정자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당장 실국장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이는 방통위 조직 구성에도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이경재 내정자의 취임을 전제로 방통위가 위원장 1명, 상임위원 4명, 직원 201명 수준에서 꾸려질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런데 각 실국장에 오르는 인사들 대부분은 전부 구 정보통신부 관료들이다.

알려진바에 따르면 운영자원담당관, 기획총괄담당관, 홍보협력담당관을 조율할 기획조정실장에 김준상 방송정책국장이 내정된 것으로 보인다. 김 국장은 구 정통부 시절 혁신기획관을 역임했으며 방통위에서 운영지원과장을 거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전문위원을 지내기도 한 인물이다. 그런데 김 국장은 인수위 파견 시절,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에 방송관련 정책을 최대한 많이 이관시키려 했던 핵심 실무팀으로 분류된다. 즉, 전형적인 구 정통부 관료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뜻이다.

여기에 방송기반국 국장도 오남석 국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용자정책국장 역시 현 정종기 이용자보호국 국장이 자리를 보존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모두 구 정통부 관료 출신이다.

동시에 전문가들은 "새로 출범하는 방통위가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위원장의 자질 문제와 조직 구성의 편향성으로 휘청거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특히 미과부에 방송 정책을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한 구 정통부 관료들이 방통위의 전면에 포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향후 방송 및 통신 정책을 두고 벌어질 방통위와 미과부의 상생모델이 제대로 구현하기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미과부와 방통위의 인적교류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MOU 체결 논의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는 사실상 방통위의 미과부 종속 시나리오라는 지적이 나와 눈길을 끈다. 실제로 지난 2월 중순 정치권을 중심으로 미과부와 방통위의 교차인사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기 때문에, 만약 이러한 전례없는 제도가 정착하고 미과부와 방통위의 종속관계가 이어진다면, 엄청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