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VS 전자신문

삼성전자 VS 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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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제조사와 IT 전문지가 제대로 붙었다.

최근 삼성전자가 삼성투모로우(samsungtomorrow.com, 소비자 블로그)’를 통해 IT 전문매체인 전자신문과 기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미 삼성전자는 43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정정보도와 3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접수한 상황이다. 그러자 전자신문도 즉각 언론 길들이기를 중단하라며 반발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발단은 317일 전자신문 21면에 실린 출시 코 앞 갤럭시S5, 카메라 렌즈 수율 잡기에 안간힘이었다. 이에 전자신문은 당시 출시를 앞둔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S5에 들어갈 1600만 화소 카메라 모듈용 렌즈 수율이 20~30%에 그쳐 생산 차질이 생길 확률이 높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MWC 2014 이후 유독 갤럭시S5 기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던 삼성전자가 렌즈 수율에 문제가 없다며 정정보도를 요청했고, 실제로 비슷한 기사를 냈던 디지털타임스는 기사를 삭제하고 정정보도까지 냈다. 사태는 그렇게 진정국면으로 접어드는 듯 했다.

그러나 전자신문은 버텼다. 이에 전자신문은 정정보도는 커녕 후속보도를 통해 삼성전자의 렌즈 수율 미비를 끈질기게 문제 삼았고, 양쪽은 치열한 전면전에 돌입했다. 동시에 삼성전자가 전자신문 기사에 반박이라도 하듯 327SKT를 통해 갤럭시S5를 조기 출시했지만 공급 물량이 1천대 수준에 그치는 일이 발생하자 전자신문은 신종균의 허언장담이란 기사를 통해 노골적으로 삼성전자를 압박하는 일도 발생했다. 양쪽의 여론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3억 원의 소송공방이 벌어진 것도 이때부터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는 삼성전자와 전자신문의 전면전을 두고 다소 의외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전자신문의 최대 광고주는 삼성전자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양쪽은 서로 상생하는 방향으로 공존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자신문은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거대 자본과 더불어, 방송에 있어서도 막강한 영향력에 비해 중소기업 수준의 매출을 올리는 지상파보다 소위 돈 많은케이블과 IPTV에 우호적인 기사를 써왔다. 정리하자면, 전자신문은 힘있는 자에 대해서는 비교적 신중한 접근을 보이던 언론사라는 뜻이다.

하지만 전자신문이 지금까지 견지하던 스탠스를 과감하게 버리고 거대 기업과 전면전을 벌인 배경에는 기자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전자신문 기자들 사이에서는 거대 자본의 길들이기에 더 이상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가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최근 전자신문은 내부적으로 자사의 보도에 대한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흐름이 삼성전자의 정정보도 요구와 맞물리며 쓰나미가 된 것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전자신문의 기사에 대해 명백한 오보라며 진짜 피해자는 바로 우리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동시에 양쪽의 물밑교섭이나 언론중재위원회의 중재를 요청하지 않고 신속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배경에 대해서는 사실 관계가 잘못돼 두 차례나 수정을 요청했는데도 받아들이지 않았고 잘못을 바로 잡지 않으면 (구독자들이)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어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