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이후삼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장] 내년 2월로 예정돼 있는 지상파 UHD 본방송을 앞두고 많은 문제점이 논의되고 있다. 아무런 대책 없이 이대로 진행된다면 지상파 UHD 본방송을 시작할 수 있을지 또한 실질적으로 수도권의 몇 가구가 지상파 UHD 본방송을 시청할 수 있을지 아무 것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6월 10일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UHD KOREA 후원으로 ‘시청자 중심의 지상파 UHD 방송 수신 환경 조성’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시청자들이 지상파 UHD 방송 환경을 누릴 수 있을지 논의하는 자리였다.
가장 큰 문제는 아직도 지상파 UHD 방송을 송출하기 위한 방식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식 표준인 ATSC 3.0에 대한 표준이 완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연지사 비교 실험과 기기 정합 테스트 또한 현실적으로 많이 어려워 보인다.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광고 하락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도 지상파 UHD 방송을 위한 송신 및 제작 인프라 투자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훼손된 공시청 시설과 관리 부족 또한 지상파 UHD 본방송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당장 본방송을 실시해도 시청자들이 지상파 UHD 방송을 볼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다른 서구의 나라와 다르게 우리나라의 직접수신율은 2012년 디지털 전환 완료 후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이는 시청자들의 편익보다는 디지털 전환이라는 명분만을 앞세운 조속한 추진의 결과로 무료 보편 서비스라는 지상파의 위상을 추락시키고 디지털 정보 격차를 발생시켰다. 공시청 시설 유지 및 보수 관리 문제 역시 디지털 전환 이전부터 여러 차례 문제 제기돼 왔으나 정책 당국을 비롯한 그 어디에서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이후 지상파 방송사들이 수백 개의 소출력 중계기를 설치하고 수신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미 훼손된 공시청 시설로 수신 환경은 밑바닥까지 추락한 상황이다.
지상파 UHD 방송은 지난 디지털 전환 당시 실수를 극복하고 고품질의 무료 보편 서비스를 온 국민들한테 베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물론 직접 수신이라는 숙제를 해결해야만 하지만 TV에 안테나만 내장한다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다. UHD 기술은 기존 DTV보다 수신 효율이 높아 실내 안테나, 내장 안테나로도 전파를 쉽게 수신할 수 있다. 물론 가전사의 추가적인 비용이나 기술적 검토가 더 있어야 하겠지만 지금으로선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보인다.
물론 지상파 방송사, 가전사, 정부 규제 기관의 입장이 다를 수 있다. 방송사는 내장형 안테나로 직수 환경을 구축하고 싶겠지만 가전사로서는 비용적인 부분이 부담될 수 있다. 또 정부 당국은 방송사와 가전사 사이에서 중간자적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골치가 아플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 최초 지상파 UHD 방송으로 경쟁력을 취하기 위해선 옛것에서 새것을 찾는다는 溫故而知新이라는 말처럼 지난 디지털 전환 당시 발생했던 문제점을 살펴보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디지털 전환 시 실패했던 직접 수신 환경 구축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지상파와 가전사 그리고 정부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