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D와 ATSC 3.0의 차이

[사설] UHD와 ATSC 3.0의 차이

4864

[방송기술저널=변철호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장]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는 지난 성명에서 변재일 의원이 한국에서만 UHD 방송을 한다는 잘못된 사실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그 후 변 의원실과 면담 과정에서 비서관은 방송통신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한국에서만 UHD 방송을 하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에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이미 40개 도시에서 ATSC 3.0으로 방송하고 있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2013년 정부가 700MHz 주파수 40MHz 폭을 통신용으로 사용하는 모바일광개토플랜2.0을 발표하자 지상파 방송사들은 ‘국민행복 700플랜’으로 대응했다. 계획의 골자는 700MHz 주파수를 지상파에 준다면 단계를 밟아 2020년 UHD 전국 방송을 시작하고 2025년에는 HD 서비스를 종료, 주파수를 정부에 반납하겠다는 것이었다.

방송통신 영역에서의 치열한 주파수 확보 경쟁 끝에 UHD 방송이 본격적으로 준비되기 시작했다. 유럽식 DVB-T2로 UHD 방송을 준비하던 중, 미국에서 ATSC 3.0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송신 규격이 탄생했다. 인터넷의 발달로 IPTV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단방향 방송밖에 할 수 없었던 지상파 방송사에 통신사업자와 같이 양방향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꿈의 플랫폼이 탄생한 것이었다. 현재 통신에서 사용 중인 LTE, LTE-A, Wi-Fi, DMB와 똑같은 OFDM 방식이고, IP 기반으로 인터넷과 상호 연동돼 양방향 서비스, T-Commerce, 맞춤형 타깃 광고가 가능하다. TV를 시청하다가 바로 인터넷으로 관련 자료를 검색할 수 있고, HD와 SD 프로그램을 10개 이상 수용할 수 있다. 게다가 수신 환경에 적합하도록 송신파라미터를 임의대로 조정할 수도 있다.

당연히 한국의 지상파 방송사도 DVB-T2에서 ATSC 3.0으로 표준을 바꿔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갔고, 드디어 2017년 5월 31일 세계 최초의 ATSC 3.0 방송을 송출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방통위는 UHD 방송이므로 무조건 UHD 1채널만 방송해야 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과기정통부와 방송사는 ATSC 3.0으로 재난방송, 모바일 방송, IBB 서비스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국내 방송 장비 산업도 같이 활성화할 야심 찬 준비를 하고 있었던 차에 말이다. UHD 방송과 ATSC 3.0은 다른 말일까?

ATSC 3.0 표준은 Ultra HD 방송도 가능하고, 10개 이상의 HD도 가능하고, 20개 이상의 SD 방송과 FM 방송도 같이 송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UHD 1채널만 하려면 DVB-T2로도 가능하지만, IP 기반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 많이 사용하는 스마트TV와 연동하기 어렵다.

방통위와 과기정통부, 방송사가 UHD 방송을 바라보는 시각이 제각기인 셈이다. UHD 방송을 UHD(3840×2160화소)만으로 보는 방통위와 ATSC 3.0으로 해석하는 과기정통부, 방송사의 입장 차이는 바로 용어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다.

이 용어를 통일해야 혼란을 막고, 앞으로 논의에서 쉽게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방통위가 고화질 UHD 방송만을 고집하면 UHD를 포기하는 방송사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광고 수입 감소로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상파 방송사로서는 엄청난 시설 투자와 제작비가 들어가지만, 광고가 늘거나 국가적인 지원이 전혀 없는 UHD 방송을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ATSC 3.0으로 받아들이면 방통위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재난방송의 확대, 직접 수신율의 증가, 무료 보편 서비스의 확대를 통한 시청자 복지 향상 등에 기여하고, 나아가 4차 산업혁명과 연결된 자율주행 차량 탑재, 지도 업데이트 서비스, 맞춤형 타깃 광고 등 국가 산업 발전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서론으로 돌아가서, 방통위는 UHD 방송을 Ultra HD로 해석해 한국만 유일하게 하고 있다고 답변했던 것이다. 미국은 ATSC 3.0을 NextGen TV로 명명해 시청자들이 친숙하도록 부르고 있다. 물론 현재는 4K UHD 방송도 공중파로 송출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 ATSC 3.0을 쉬운 이름으로 부르고 스포츠 중계나 고품질 다큐멘터리는 4K로, 일반교양, 토크나 정보 프로그램은 HD로 다양한 프로그램의 취지에 맞게 방송하면 정부와 방송사 그리고 시청자가 서로 Win-Win 할 수 있지 않을까? ATSC 3.0이 ‘차세대 방송’처럼 국민들에게 친숙한 애칭으로 불리며 UHD 방송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