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유주열 방송기술저널 편집주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7월 5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을 불허하는 내용의 심의보고서를 당사자인 SK텔레콤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강력 반발하며 의견서 제출과 전원회의 연기를 요청했지만 공정위는 거부했다. 결국 오는 15일 전원회의 최종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7개월이 넘는, 예외적으로 오랜 시간을 거쳐 내린 보고서의 결론을 보면 시장의 공정 거래 및 독과점 방지, 방송의 공익성 추구의 가치 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면면히 보인다. 소비자를 위한 공공성 강화 및 시장질서 유지에 역점을 두고 심사한 결과라고 보여 진다.
자본을 앞세운 규모의 경제가 가져오는 부작용이 점점 심화돼 가는 시장경제체제 하에서 독과점 방지 및 공정 경쟁은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페어플레이 룰이다. 사회의 공기 역할을 하는 방송 산업의 영역에도 거센 자본의 영향력이 커진 지 이미 오래 됐다. 그런 가운데 이번 인수합병 건은 방송 통신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서 관심이 집중되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결과적으로 사회의 공공성 회복을 위한 가치가 높게 평가됐다는 면에서 일말의 희망을 볼 수 있는 시금석이라고 여겨지는 결정이다.
우선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서 이번 인수합병이 가져올 경쟁제한성 즉 시장의 독과점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했다. 따라서 기업의 합병뿐만 아니라 주식 인수도 불허한다고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통신 업계 1위와 케이블TV 업계 1위가 합병할 경우, 전국 23개 방송권역 중 21곳에서 시장 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하게 돼 공정 경쟁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알뜰폰 시장의 경우에도 업계 1,2위 업체와의 결합은 독점적 지위를 공고히 하는 결과를 우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합병 당사자 입장에서는 이번 심사안을 두고 케이블 방송 산업의 구조개편이 원천봉쇄된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공정위의 심사 결과가 7개월이 넘는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 해당 기업들이 견디어야 했을 불확실성에 대한 부분은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해당 업계는 이제 손쉬운 ‘기업 사고 팔기’로 구조개편을 해결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기술 개발 및 새로운 서비스 창출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방향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기를 바란다.
이번의 공정위 인수합병건 심사가 우리 사회에서 기업의 공정 경영 관행이 깊게 자리 잡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아무리 자유로운 기업의 인수합병도 공정한 경쟁의 틀 위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장 지배적 기업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례를 우리는 너무도 많이 보아왔다. 불공정 경쟁의 부작용 및 폐해는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사전에 그런 가능성을 막았다는 점에서 이번 심사 결과는 매우 의미 있는 결정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