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장 선임의 문제점

[사설] KBS 사장 선임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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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KBS 이사회가 10월 26일 KBS 신임 사장 후보로 고대영 KBS비즈니스 사장을 선임했다. KBS 7대 협회에서는 “(고 후보자는) 사장 자격이 없다”며 투쟁을 예고했고, 양대 노조 역시 총파업을 예고하며 반발하고 있다. 언론시민사회단체나 정치권에서도 ‘청와대 낙하산 인사’라며 강력 비판하고 있다. KBS 내외부의 이 같은 반발은 사장 선임 과정에서 비롯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신임 사장 최종 면접 대상자 5명을 선정한 날로 되돌아 가보자. KBS 이사회는 10월 21일 특별다수제 채택을 요구한 야당 추천 이사들을 배제하고 여당 추천 이사만 참여한 가운데 최종 면접 대상자를 선정했다. 무엇보다 최종 면접 대상자를 선정하는 데 야당 추천 이사가 모두 배제됐다는 것, 이 자체가 큰 문제다. 또한 이날 선정된 최종 면접 대상자 5명 가운데 4명은 KBS 양대 노조와 다수 구성원들이 공영방송 사장으로 인정하기엔 많이 부족한 부적격 인사였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날 서류심사에서는 후보 1인당 4분 정도의 시간밖에 안 걸렸다고 한다. 게다가 객관적인 평가 항목에 따라 점수를 매긴 것이 아니라 후보자의 이름 위에 2명씩 동그라미로 표시하는 방식으로 심사가 이뤄졌다고 한다. 여당 추천 이사 간 사전 협의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부실 심사’, ‘날치기 심사’다.

KBS 이사회는 여당 추천 이사 7인, 야당 추천 이사 4인이라는 여당 주도의 구성으로 이뤄져 있어 다수결의 논리로 하면 어쩔 수 없는 결론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물론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국회선진화법도 다수결이라는 민주주의를 깽판 놓는 악법으로 간주하는 시각도 있으니 진영의 논리로 본다면 야당 추천 이사들이 제안한 특별다수제도 반대편에서는 택도 없는 소리라고 무시할 수 있다. 하지만 KBS 이사회가 말뿐인 합의제 기구라 할지라도 야당 추천 이사 모두가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들의 의견을 존중해줘야 하는 것이 맞다. 그래야 합의제 기구라는 말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공영방송 사장을 선임하는 데 정치권력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거나 정치적 힘으로 좌지우지하는 것은 지양한다. 왜냐하면 정치 권력이 언론을 장악하려는 것을 드러내고 하기에는 국민의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허나 지금 KBS 사장 선임 과정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청와대를 등에 업은 여당 추천 이사들은 하나같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야당이나 시민사회단체, 내부 구성원 등 국민의 의견은 하나같이 다 무시하고 있다.

소외된 계층을 배려하고 사회 통합과 국민 소통을 최우선시 해야 하는 공영방송의 사장을 선임하는 절차와 과정에서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정치적 힘의 대결뿐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온전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다. 공영방송 KBS의 역량이 이번 사장 선임 과정에서 손실된다면 그 피해는 수신료를 납부하고 있는 국민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국민을 무시한 권력자들의 최후를 생각한다면 고 후보자의 선정을 취소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합의제 기구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최선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