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조충남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부회장 / MBC방송기술인협회 회장]
방송기술인의 새로운 동행을 위하여
요즘 세상에서 AI라는 단어를 하루라도 듣지 않고 지나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정부와 대기업들은 데이터센터를 세우겠다며 전력과 GPU 자원을 확보하느라 분주하고, 뉴스 헤드라인에도 ‘AI 발전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말이 끊임없이 들려옵니다. 방송사와 미디어 업계도 예외가 아닙니다. AI를 어떻게 방송 제작과 서비스에 적용할 것인지가 업계의 가장 큰 고민이자 의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각 방송사는 기존 방송 제작 시스템에 AI를 녹여내기 시작했고, 방송기술교육원에서도 생성형 AI와 AI를 기반로 후반작업 관련 교육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AI 변화에서 방송기술인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방송기술인들에게 위기일지 아니면 다시금 찾아온 기회일지는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따라 방송 엔지니어의 미래에 커다란 변화를 줄 것입니다.
방송 현장 속 AI, 조용하지만 확실한 파트너
이미 방송 제작 전반에 AI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뉴스 제작 시스템에는 음성을 곧바로 텍스트로 바꿔주고, 영상 속 인물을 자동으로 찾아 검색해주며, 영상 편집 과정에서 유용한 자료 화면도 척척 찾아서 뉴스 제작 시간을 단축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능과 드라마에서는 AI가 자동으로 쇼츠를 제작해 홍보팀의 손을 덜어주고, 드라마 콘티까지 그려주며, 생성형 AI를 이용해서 중간에 삽입할 영상을 손쉽게 만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방송 현장에 AI는 소란스럽지 않지만, 점점 아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방송기술인 영역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미디어 아카이브입니다. 방송사의 기존 자료를 소버린 AI를 만들기 위해서 유수한 IT 업체들과 협력하고 있고, 자사의 과거 자료의 재사용률을 높이기 위해서 AI를 이용한 메타데이터로 추가하고 있습니다. AI가 영상의 인물이나 상황을 이해해서 메타데이터를 보완함으로써, 사용자는 이미지나 자연어 입력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영상을 찾아 주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AI가 그날의 날씨, 주제, 시청자의 댓글을 참고해서 선곡을 해주는 서비스 및 재난재해 상황의 알람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영상과 오디오를 AI를 이용해서 생성해 신속한 속보 방송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습니니다. 이외에도 생산된 미디어의 QC, 시스템 모니터링, 시스템 로그 분석 등의 영역에서 AI의 활용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방송국의 시스템은 다수가 AV 시스템보다는 네트워크 기반의 NPS로 구성되고, 방송 송출 및 미디어 분배 또한 네트워크 기반으로 적용되어, 방송기술인의 역할이 방송 제작에서 시스템 관리로 업무의 무게 중심이 옮겨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AI라는 도구는 방송기술인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외부의 업체에 의존하던 개발 업무를 방송기술인 스스로 할 수 있도록 AI가 코딩을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방송 엔지니어들의 ‘문제 해결력’ 폭발적인 증가
방송 현업에 필요한 소규모 프로그램을 사용자가 직접 개발하는 일, 즉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을 활용한 업무입니다.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은 앞으로 방송기술인의 역할과 업무 범위를 본질적으로 확장시키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이전까지 방송기술인은 특정 벤더의 장비와 시스템을 이해하고 그것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업무 자동화와 현장 개선 요구가 워낙 많아 사용자와 시스템 관리자가 요구사항을 직접 만들고, 해당 프로그램을 손수 만드는 일이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동으로 쇼츠를 만들 부분을 찾아 주고, 알맞은 자막을 만들어 줘”, “주인공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을 찾아서 모자이크 해줘”, ”입력한 프롬프트에 알맞은 이미지 콘티를 만들어 줘”, “송출 로그에서 에러만 정리해 줘.”, “녹화 완료되면 자동 파일 이동해줘.” 과거 같으면, 외부 업체에게 사용자의 요구를 일일이 문서로 만들고 업체에 설명하며, 비용과 개발 기간, 검수 등의 복잡한 과정의 프로젝트로 진행했다면, 개발 업무를 회사 내부에서 다 처리가 가능하기에, 과거에는 1년 넘고 비용도 많이 들었던 개발 업무가 내부의 기술 엔지니어가 3~4개월 프로젝트로 해당 프로그램을 만드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AI 시대, 방송기술인이 가져야 할 태도
바이브 코딩은 전문 개발자가 아니어도 자연어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게 해줍니다. 자연어로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AI가 파이썬이나 자바스크립트 코드를 대신 작성해주고, 우리는 그것을 현업 시스템에 맞게 손질하면 됩니다. 바이브 코딩 덕분에 방송 현장의 작은 불편 하나, 반복적인 업무 하나가 방송기술인의 손에서 곧바로 해결되는 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방송기술인의 영역을 단순 ‘장비 운영자’에서 ‘방송 환경을 직접 개선하는 창작자’로 확장하는 변화입니다. 그리고 이 변화는 앞으로 방송기술인의 존재 가치를 높어주게 됩니다.
AI 환경에 맞게 방송기술인의 채용 기준도 바뀌어야 합니다. 코딩 경험이 ‘우대’가 아니라 ‘기본 역량’이 된다면, 좀 더 AI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방송기술인들이 더 많아질 것입니다. 방송기술인 모집요강에 머지않아 ‘AI 활용 및 바이브 코딩 기반 자동화 경험 보유자 우대’가 추가되어 할 것입니다.
그리고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방송의 마지막 판단은 결국 사람이 하게 됩니다. ‘이 장면이 방송에 나가도 괜찮은지’, ‘이 오류가 실제 품질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어떤 자동화는 허용되고, 어떤 건 위험한지’ 이 모든 것은 방송기술인의 경험과 감각에서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존 방송기술인이 가져야 할 자세는 단순합니다. AI를 두려워하지 않고, 필요하면 빨리 AI 환경을 직접 경험하고, AI를 활용하여 내가 하고 있는 업무에 적용해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AI와 함께 일하는 사고방식을 갖추는 것입니다.
AI와 함께 새로운 방송기술의 시대를 써 내려가자
2026년을 바라보는 지금, 방송기술은 다시 한 번 전환점 위에 서 있습니다. AI는 우리를 대체하러 온 것이 아니라 우리가 더 넓은 영역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이자 동료입니다. 우리의 경험, 기준, 감각 위에 AI와 바이브 코딩이라는 새로운 능력이 더해지면 방송기술인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한 존재가 될 것입니다. 바이브 코딩은 방송기술인
에게 선택이 아니라 새로운 기본 도구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변화는 방송기술인의 미래를 더 넓고, 더 창의적으로 만들어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