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변철호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장] 5기 방송통신위원회가 오는 8월 1일 출범한다.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이하 기술인연합회)는 이번 인사를 앞두고 미디어 산업의 위기를 언급하며 비대칭 규제 해소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규제 완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 후보자 역시 미디어 산업 활성화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이에 방송기술인을 대표하는 기술인연합회는 이 지면을 빌어 다시 한번 5기 방통위에 다음과 같은 주요 과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지상파와 케이블, 인터넷TV(IPTV)’ 등에 대한 규제 전반을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에 기반해 비대칭 규제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상혁 후보자는 방통위원장을 수행하면서 “공공 미디어의 핵심축인 지상파의 재정난과 영향력 감소로 미디어 전반의 공공성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발표 뒤 올해 초 주요업무계획에도 명시된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4기 방통위는 올해 하반기 중간광고를 포함해 가상광고, 간접광고 등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차별적 광고 규제를 해소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5기 방통위가 맥을 잘 이어서 정책 단절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
1981년 2,500원으로 오른 뒤 39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유지하고 있는 수신료도 현실화가 필요하다. 당시 신문 월 구독료를 기준으로 책정된 수신료가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면서 여러 차례 수신료 현실화 움직임이 나타났지만 정치권의 입장차와 신문‧종편 등 이해관계자의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다. 하지만 지상파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만큼 재원구조를 근본적으로 점검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도 이런 부분은 여러 차례 지적됐다. 우상호 의원은 “수십 년간 동결됐던 수신료를 인상할 때가 왔는데 인상으로 생긴 여유분을 타 방송으로 옮기는 등 선순환이 필요하다”며 “그동안 눈치 보며 머뭇거려왔던 이슈를 꺼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 후보자 역시 수신료 현실화를 비롯한 재원구조 점검에 동의의 뜻을 표했다.
세계 최초로 도입한 지상파 UHD 방송이라는 플랫폼도 잊어선 안 된다. 지상파 UHD 방송은 고화질 방송 이외에도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ATSC 3.0 표준을 5G와 연동해 자동차 산업에 적용하는 등 방송 신호의 장점을 다양한 산업에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모바일 UHD 방송조차 제대로 서비스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이번 디지털 뉴딜 정책 과제로 지상파에서 UHD와 5G 융합 공공서비스 인프라 구축 및 활성화 등을 제출했지만 이마저도 모두 배제됐다. UHD와 5G의 융합은 재난 정보 전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서비스 확장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 같은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산업 구축과 일자리 창출로 연결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5G나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기술과 충분히 연동 및 융합 가능한 UHD라는 최신 기술이 있음에도 ‘방송’이라는 한 분야에만 한정하고 생각하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SBS와 OBS 등 대주주에 의해 공공성과 독립성을 침해받는 방송사들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특히 SBS의 경우 태영건설이 지주회사 신설을 선언하면서 공정거래법 위반 및 방송광고법 충돌 등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매각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방통위는 대주주가 제출했다는 이행각서를 언급하며 결국 SBS의 최다액 출자자 변경에 대한 사전 승인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우리는 여기서 대주주에 의한 방송 독립 훼손 문제가 이번이 처음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방통위의 존재 이유를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