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전쟁 시작…규제의 철학 필요하다

[사설] 플랫폼 전쟁 시작…규제의 철학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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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SK텔레콤이 지난달 2일 이사회 결정에서 CJ헬로비전을 인수하겠다고 하자 다른 통신사들뿐 아니라 방송, 언론 학계까지 떠들썩하다. 이는 분명 자본 사회에서 단순 합병의 의미를 넘어선 산업적 파괴력뿐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영향력이 지대함을 방증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2일 본사에서 인수합병 취지와 기대효과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5년간 5조 원 투자, 7조 5천억 원 규모의 생산 창출, 4만 8천여 명의 고용을 유발함으로써 문화·콘텐츠 산업 발전을 선도할 것이라고 하면서 공생의 미디어 생태계를 조성하고 방송통신의 선두그룹이 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이미 통신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독점적 사업자로 이번 합병이 성사된다면 유료방송 시장도 26%를 차지하게 돼 방송통신 산업 전체가 KT와 SK텔레콤이라는 양대 통신사 독점 구도로 재편될 것이다. 이 상황만 보더라도 LG유플러스라는 또 다른 이동통신 사업자에게는 공정 경쟁 환경이 아니다. 더욱이 이런 과점 형태를 이용해 통신과 방송의 결합 상품으로 치열한 고객 유치를 하게 되면 케이블방송이 가지고 있었던 지역성, 방송의 공공성, 다양성 등이 사업 전략에 따라 버려질 수도 있으며 방송 콘텐츠 시장도 차별화된 시장보다는 끼워 팔기 상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상파 사업자에게 더 우려스러운 부분은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통신 사업자가 유료방송까지 과점 형태가 되면 플랫폼 경쟁력에서 점점 우위를 빼앗겨 콘텐츠의 제값을 받기 위한 재전송료 협상도 불리하게 되며 방송 서비스는 저가로 고착화 되고 고품질 콘텐츠 제작에 대한 투자동력도 떨어져 플랫폼 종속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물론 지상파 사업자들도 공시청 시설을 복원하고 다채널, UHD, IP 기반의 서비스를 통해 플랫폼 다각화를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모바일과 인터넷 위주로 급변하는 시청자들의 소비 패턴을 되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유료방송 시장에서 건전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올해 6월부터 시행되는 유료방송합산규제법도 이번 합병은 시장 점유율이 33%를 넘지 않기 때문에 정부의 뚜렷한 규제 방법은 없다. 그렇다고 미래창조과학부를 비롯한 정부 규제기관은 손 놓고 있어야 하는가. 케이블방송은 사실상 성장을 멈추고 하향곡선을 긋는 추세이므로 앞으로도 인수합병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기업의 인수합병은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경쟁 행위이지만 위와 같은 경우는 산업뿐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파장이 충분히 크므로 규제기관의 적절한 대책이 요구된다.

SK텔레콤이 콘텐츠 산업을 활성화 하고 고용 창출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CJ헬로비전이 인수되는 과정에서 케이블 방송의 지역성 다양성 공공성을 지키고 시청자 및 노동자 사회 구성원 다수에게 혜택이 돌아가는지를 감시하고 지켜줄 적절한 규제의 철학이 지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