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박종석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장] JTBC의 ‘최순실 태블릿 PC’ 보도로 촉발된 ‘최순실 사태’는 급기야 공부에 전념해야할 어린 고등학생들까지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며 시국선언을 할 정도로 큰 실망감과 분노를 낳으며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국민들에게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실을 알린 방송계에서도 커다란 충격과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최순실 사태 이후 출범 5년에 지나지 않은 JTBC의 ‘뉴스룸’은 9%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뉴스룸’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도와 영향력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에, 기존에 보도 의제를 선점해왔던 지상파 3사의 뉴스는 시청률 급락과 함께 신뢰도, 화제성, 권위성이 나날이 추락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과거의 세월호 사태 등에서 보여준 지상파에 대한 시청자들의 비판과 관심이 금번에는 거의 무시할 만큼 무관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기존 지상파, 특히 공영방송사들이 이 같은 참담한 상황에 놓인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공영방송사의 명분인 공정성에 대한 지속적인 의문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공영방송사는 이미 의제 설정에서도 뒤처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내부 구성원들의 자성과 참회 속에 공영성 확보를 위한 목소리와 행동이 점차 확대되는 것은 참 다행스럽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제도의 문제다. 11월 7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야3당 의원들이 주장한 ‘공영방송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바로 서기 위해서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혁이 필수 과제’라는 의견처럼 현재 여권 독자적으로 임명 가능한 사장선임구조를 바꿀 필요성이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편향된 사장선임구조로는 공영방송에 제 역할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번 사태를 계기로 여야를 떠나 공영언론의 공정성이 담보될 수 있는 제도를 확립하여, 공영방송이 실질적인 권력으로부터의 독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시청자들도 공영방송을 비난하며 포기하기보다는 제대로 설 수 있도록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때론 채찍질로 그 역할을 다하게 해줄 필요가 있다. 특히나 근래 들어 만연해지는 상업주의 방송 환경에서 공영방송의 가치와 역할은 반드시 존립되어야 한다.
금번 최순실 사태가 국가 전체적으로 큰 혼란과 자괴감을 일으키고 있고, 공영방송에게는 큰 시련과 정체성 위기가 되고 있지만, 이를 계기로 올바른 제도 정비와 진실을 탐사 전달하는 정정당당한 보도 문화가 만들어진다면, 공영방송은 더 이상 국정농단과 비리가 발붙일 수 없는 투명 사회 실천의 보루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