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나영채 YTN 방송기술인협회 정책국장] 나라 안팎으로 연일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시대가 영원하지 않을 것이기에 우리는 미래를 고민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1784년경 시작된 1차 산업혁명은 1848년 혁명을 통해 전 유럽을 부르주아 사회로 바꾸었고, 1870년경 시작된 전기 에너지 기반의 대량생산 혁명(2차 산업혁명)은 세계 대전과 대공황을 일으켰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지금 국가 중심의 집산화 체제와 수정자본주의를 낳았습니다. 사회가 변혁하려면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데 이는 세대를 넘어서는 꽤 긴 시간이 필요하죠. 약 60년의 시차를 두고 사회 변혁을 일으키는 패턴이 있다고 가정하면, 1969년경 시작된 컴퓨터와 인터넷 기반의 지식정보 혁명(3차 산업혁명)으로 야기된 사회 변화가 곧 가시권에 들어오게 됩니다.
이미 인간의 육체노동이 필요했던 일자리는 더욱 세련된 로봇으로 대체되고 있고 인간의 감정노동에 의존했던 고객 응대 업무부터 인간의 정신노동에 의존했던 일반 사무직 그리고 전문직까지 AI로 대체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더욱 세련되어지는 OpenAI의 ChatGPT와 Tesla의 Optimus 등으로 인간의 노동력이 불필요한 세상이 올지 모른다는 불안이 점점 현실화하여 감을 느낍니다.
인간의 노동이 불필요한 시기가 오면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요? 일단 일자리의 수가 극적으로 줄어들게 되겠지요. 업무를 패턴화하기 쉽거나 반복적인 직업 중에서 비용 절감 효과와 업계 파급효과가 큰 업종부터 시작하여 AI와 로봇으로 대체될 것입니다. 결국 기업 소유자, 소수의 관리직, 알고리즘 설계자 등을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직업을 잃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지금은 먹고살 만하지만 넉넉하진 않은 중산층의 대부분은 직업을 잃으면서 하류층으로 밀려나게 될 것이고요. 기업을 소유하거나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은 소수만이 상류층에 남게 되면서 지금껏 보지 못한 보다 뚜렷한 양극화가 일상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럼 모아둔 자산도 없고 직업도 없는 대다수는 무엇을 하고 지낼까요? 비용이 적게 드는 웹서핑을 하거나 하릴없이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모습을 보게 되지 않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계속 방송을 소비하는 사람들 덕분에 방송계는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 테지만 시청자의 소비 여력이 점차 낮아지면 광고료로 먹고사는 방송계에도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우리는 넋 놓고 변화를 기다릴 수 없습니다. 각 개인은 새로운 기술 습득에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고, 방송사는 인원이 줄어든 방송계의 모습을 예상하여 이를 받쳐줄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여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변화를 반대하는 인원도 분명 있을 것이나 설득과 합의를 통해 함께 해야 합니다. 스스로 변화하느냐 변화되느냐의 차이만 있지 변화는 기정사실이며 어쩌면 방송사의 존망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지 모릅니다.
지난 기간 기존 방송사는 하루하루 영향력을 잃어갔습니다만 실력 있는 PD 등을 위시한 제작진이 여러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기존 방송사가 쌓아 올렸던 노하우는 한국 미디어 업계 전반에 씨를 뿌렸습니다. 그리고 그 노력은 결실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BTS가 전 세계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고, 여러 OTT에서 한국 드라마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습니다. 한국 미디어 업계 전체로 보면 지금이 전성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기존 방송사도 신기술로 체질을 개선하고 더욱 효율적인 조직으로 탈바꿈하여 다시금 샛별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