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이상규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장] 무료 보편적 지상파방송 서비스의 성공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영국의 FreeView 서비스다.
FreeView 서비스는 2002년 10월, 25개의 무료 채널로 시작해서 현재는 15개의 HD 채널과 70개 이상의 SD 채널, 30개 이상의 라디오 채널을 제공하고 있다. 2015년에는 catch up과 on demand 서비스를 주축으로 하는 FreeView Play 서비스로 업그레이드했고, LG전자와 파나소닉 등 대부분의 TV가 FreeView Play 서비스를 지원한다. FreeView Play 서비스는 유럽의 데이터방송 표준이라 할 수 있는 HbbTV(Hybrid broadcast broadband TV) 표준을 사용하고 있으며,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 국가의 방송사가 데이터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HbbTV 표준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상파 UHD 방송 서비스를 위해 미국의 ATSC 3.0 표준을 기반에 두고 한국형 지상파 UHD 방송 표준을 제정했고, 양방향 데이터 서비스를 위해서 HbbTV 표준을 준용한 IBB(Integrated Broadcast Broadband) 표준을 제정했다. ATSC 3.0 표준의 가장 큰 장점은 인터넷에서 정보를 주고받는 IP packet을 기반으로 표준을 만들었기 때문에 방송과 통신을 융합한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용이하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지상파 UHD 방송 표준은 미국과 유럽 표준의 장점만을 모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지상파 UHDTV는 전파를 통해 전달된 비디오, 오디오 신호와 인터넷망을 통해 전달된 비디오, 오디오 신호를 구분하지 않는다. 채널과 관련된 정보는 전파로 송출하고 비디오와 오디오는 인터넷을 통해 전달할 수도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채널’이라는 용어가 ‘주파수’와 비슷한 개념으로 쓰였으나 디지털 방송 시대에는 하나의 ‘주파수’ 안에 여러 개의 ‘채널’이 존재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지상파 UHD 방송 표준은 인터넷망까지 사용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채널 개수의 제한은 없다. 또한 IBB 표준을 사용한 애플리케이션으로 catch up 서비스는 물론이고 VOD, OTT 서비스 등 생각할 수 있는 대부분의 데이터 방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규제 기관인 정부와 수신기 제조사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지상파 UHD 방송 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지상파 방송사의 의지다. 지상파에서 다채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각 방송사의 채널 정책, 콘텐츠 판매 및 유통과 관련된 정책에 있어 사내 이견 조율과 방송사 간 합의가 필요하다. 수신기 제조업체와는 IBB 앱의 정합을 위해 방송사와 제조사의 중간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유럽의 HbbTV Association과 같은 기구가 필요하다. 방송사가 제공하고자 하는 서비스가 수신기에서 문제없이 동작한다는 것을 담보할 수 있어야 수신기 제조사는 제품을 시장에 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방송사가 강한 의지를 갖고 지상파 UHD 방송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어떤 서비스를 언제까지 제공하겠다는 로드맵을 시장에 제시해야 논의가 가능하다.
영국의 FreeView와 FreeView Play의 사례에서 보듯이 시청자 혹은 미디어 소비자가 지상파방송에 원하는 것은 다채널과 catch up과 같은 부가 서비스라는 답은 나와 있다. 문제는, 그 정답을 이끌어내는 풀이 과정이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것이다. 2020년 도쿄 올림픽 전까지 지상파 UHD 방송 서비스에 의미 있는 변화가 있지 않다면 지상파방송의 활성화는 요원해질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