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사설] 지상파 3사,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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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종석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장] 8월 1일 드디어 고화질 DMB 서비스가 개시되었다. 고화질 DMB는 기존 DMB 화질보다 12배 정도 개선된 서비스로 그동안의 화질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혁신적인 서비스다. 그러나 6개 사업자 중 YTN DMB, 한국 DMB, U1미디어 등 3개 방송사만 참여했고,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사는 고화질 DMB를 불참함으로써 절름발이 서비스가 돼버렸다.

지상파 방송사의 불참으로 고화질 DMB 서비스의 성공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아졌다. 이들은 정부로부터 주파수를 무료로 제공받아 과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가 고화질 DMB 서비스를 하지 않은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더욱이 지상파 방송사는 지난 2014년 ‘DMB 재난방송법’에 의해 재난 방송 매체로 지정됐다. 지상파 방송사의 고화질 DMB 서비스 불참이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KBS‧MBC‧SBS 등이 고화질 DMB를 불참하거나 지연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유료 지상파 OTT 서비스인 ‘푹(POOQ)’에 집중하기 위해서, 또는 차세대 방송인 UHD 모바일 서비스와 중복된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HD TV 전송 기술 결정 과정에서 이동 수신에서 미약했던 미국식 ATSC로 결정됨에 따라 보완책으로 시작됐던 DMB 서비스는 여전히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매체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내놓은 ‘2015년 방송 매체 이용 행태 보고서’에 따르면 DMB 서비스 이용률은 2011년 22.2%에서 2015년 18.9%로 3.3% 줄었지만 50대 이상에서는 3% 이상 증가했으며 주부층에서도 3% 이상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취약 계층을 위한 보편적 서비스라는 DMB의 정체성을 확립해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상파 방송사가 젊은 층의 VOD 수익에 의존하는 POOQ의 확장을 위해, DMB 고화질화에 불참한다는 명분은 설득력이 없다.

또한 고화질 DMB 미추진의 또 다른 이유인 UHD 모바일 서비스 역시 아직 이렇다 할 표준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설사 UHD 모바일 서비스 표준이 정해진다고 해도, 천문학적인 시설 투자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구현 효과에 대한 찬반 논란이 예상된다. 우여곡절 끝에 UHD 모바일 서비스를 시작한다 하더라도 과거 DMB 정책 결정과 서비스 개시 시점을 기준으로 지금부터 최소 5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것 역시 회피 명분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정부 역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DMB를 재난 방송으로 지정하면서 필요성을 인정했던 방송통신위원회는 아직까지 아무런 의견도 내놓지 않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주파수 활용도와 시청자 중심 방송을 담당하는 부서의 역할을 내려놓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미 목적과 허가 타당성이 증명된 매체 관리도 부실한데, 당장 내년 2월부터 시작될 예정인 세계 최초 UHD 방송을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다는 지적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정부와 지상파 3사는 이제라도 시청자를 위한 보편적 서비스라는 목적에 맞게 고화질 DMB서비스 불참을 즉각 재검토해야 한다. 예산상으로도 각사 당 4억여 원만 투자하면 해결될 일이다. 이를 미루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받아들일 수 없으며, DMB 매체의 고도화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바로 허가를 취소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관리자인 정부와 무료로 주파수를 배분받은 방송 당사자가 다시 한 번 머리를 맞대고, DMB 서비스의 본질을 훼손하거나 망각하고 있지는 않는지 반성해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