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김지완 SBS 보도기술팀 차장] 알파고와 이세돌의 세기의 바둑 대결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우리 앞으로 성큼 다가오더니, 어느새 코로나19로 인해 원격수업과 재택근무가 우리 일상생활 속으로 갑자기 파고들었다. 뜻하지 않은 상황으로, 우리가 미처 준비하기도 전에 변화의 물결 한가운데 서 있는 것이다. 미래학자들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시대를 접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방송 산업도 예외일 수 없다. 클라우드와 네트워크로 인한 OTT 중심 방송 시장의 도래, 서비스 부가가치를 잃고 범용화되어버린 방송 콘텐츠, 방송 노동시장의 저임금화 등 우리가 무관심과 외면으로 현실에 안주하는 사이에 어느새 지상파 방송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였다.
지상파 방송 산업 위기감으로 일자리를 걱정하는 방송 엔지니어를 많이 볼 수 있다. 위기 상황이 나아지길 바라며 현실에 안주할지, 두렵지만 위기에 직면하여 변화할지 선택해야 한다. 변화의 물결 속에서 방송국 차원의 대처도 중요하지만 엔지니어 개개인의 대응도 중요하다. 방송 산업의 흐름을 다른 산업과 비교하여 폭넓게 파악하고, 그 흐름이 기술 융합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방송 기술은 이제 경영학, 산업공학, 전산학, 통계학, 심리학, 사회학 등이 융합된 서비스 과학으로 발전할 것이다. 특정 기술이 주도하지 않고 다양한 학문이 서비스 발전을 위해 소통하는 언어가 되는 것이다. 미래의 방송 엔지니어는 지금보다 더 다양해질 것이다. 따라서 방송 엔지니어는 방송 기술의 지식 습득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문을 접하고 소화해야 한다. ‘지금 업무가 없어지면 나는 어떻게 될까?’를 걱정을 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업무 혁신을 이룰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어쩌면 독립된 직무는 사라지고 방송 엔지니어란 역할도 다른 영역에 흡수되어, 결국 기술의 DNA만 남을지도 모른다.
자연은 항상 변화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동물이나 바이러스도 유전적 돌연변이와 재결합을 통해 진화하며, 그 과정에서 종의 적합성과 회복력을 강화한다.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사라질 뿐이다. 우리도 변화의 한 단면에서 진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변화에서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면 이것은 혁신이다. 혁신은 묵은 풍속‧관습‧조직‧방법 등을 바꾸어 새롭게 하는 것이며, 이는 기존의 틀을 뒤바꾸는 것이기에 혁신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필연적으로 많은 고통과 저항에 직면하기 마련이다. 잊고 있었지만 우리는 혁신의 DNA를 지니고 있다. 1927년 라디오 방송으로 시작해 100년이 채 안 되는 대한민국 방송 역사에서 엔지니어는 항상 혁신의 선봉에 서 있었다. HDTV 디지털 전환과 세계 최초 DMB 모바일 방송 표준을 제정했고, 세계 최초 지상파 3D TV 송출 및 지상파 UHD 방송을 안착시켰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혁신 DNA를 다시 깨우자. 위기는 기회를 동반한다. 2019년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을 규제했을 때, 우리는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국내 반도체 산업의 기반을 튼튼히 다지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지금의 지상파 방송 산업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것도 결국 엔지니어의 몫일 것이다.
세계경제포럼 회장인 클라우스 슈바프은 이렇게 말했다. “세상은 더욱 빠르게 변화하고 초연결사회가 되어 더욱 복잡해지고 분열되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우리의 미래를 설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방송 엔지니어도 변화를 준비하고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