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스위치-오프’ 논쟁이 던진 경고장, 공공 플랫폼의 미래를 재설계하자

[사설] 지상파 ‘스위치-오프’ 논쟁이 던진 경고장, 공공 플랫폼의 미래를 재설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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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김승준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부회장 / KBS 방송기술인협회 회장] 최근 영국에서 흘러나온 ‘2030년 지상파방송 종료(Switch-off)’ 가능성 보도는 우리 방송기술인들에게 작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비록 영국 정부와 BBC가 이를 즉각 부인하며 “지상파는 2034년까지 법적으로 보호될 것이며, 이후의 논의는 보편적 서비스와 취약계층 보호를 전제로 한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 논쟁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전 세계적으로 지상파 플랫폼의 존치 여부가 ‘당위’가 아닌 ‘생존과 효율’의 시험대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영국 엑서터 대학의 보고서에 따르면, 2040년경 영국의 지상파 점유율은 20%대로 하락하고 150만 가구만이 인터넷 연결 없는 순수 지상파에 의존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영국이 지상파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DTT(지상파 디지털 방송)에 IP(인터넷)를 결합한 ‘프릴리(Freely)’ 같은 하이브리드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서두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상파를 단순한 ‘안테나 방송’이 아닌 ‘인터넷 시대의 공공 미디어 허브’로 재정의하려는 시도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대한민국 지상파는 세계 최초 UHD 상용화라는 기술적 금자탑을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적 방치와 환경 변화 속에 ‘계륵’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직접 수신 가구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고, 방송사들은 경영 악화 속에서 막대한 UHD 투자비를 감당하며 ‘기술적 고립’을 겪고 있다. 정부의 정책은 여전히 화질 개선과 송출망 확대라는 과거의 프레임에 갇혀, 변화된 시청 행태를 담아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지상파 플랫폼에 대한 정책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첫째, 지상파를 단순한 매체가 아닌 국가적 ‘필수 공공 인프라’로 재인식해야 한다. 영국과 브라질의 사례에서 보듯, 지상파는 재난 상황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이자, 정보 격차를 해소하는 보편적 서비스다. 유료방송과 OTT가 주류가 된 세상일수록, 상업적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무료 보편적 공공 플랫폼의 가치는 더욱 커진다.

둘째, ATSC 3.0(UHD) 기술을 화질을 넘어선 ‘서비스 혁신’의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브라질의 ‘DTV+’ 사례처럼 스마트폰 수신, 양방향 서비스, 타겟팅 재난 알림 등 모바일과 인터넷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 지상파 주파수가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서는 시청자가 체감할 수 있는 공익적 서비스 모델을 조속히 구현해야 한다.

셋째, 정부와 규제 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 영국 Ofcom은 2026년까지 지상파의 중장기 정책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 치열한 사회적 논의를 진행 중이다. 우리 정부 역시 지상파 방송사들에게 투자 의무만 지울 것이 아니라, 지상파가 공공 플랫폼으로서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주파수 활용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KBS를 비롯한 우리 방송기술인들은 공영방송의 정상화와 방송기술인의 권익 보호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투쟁은 단순히 일터를 지키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국민의 시청권을 보호하고, 기술 주권을 지키며, 디지털 전환기에도 소외되는 이 없는 ‘미디어 복지’를 실현하는 것이 우리의 진정한 사명이다.

지상파 플랫폼의 위기는 곧 공공 미디어의 위기다. 영국의 논쟁을 타산지석 삼아, 우리도 2030년 이후를 내다보는 ‘지상파 공공 플랫폼 대전환’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