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박종석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장] 정치·사회뿐만 아니라 방송·미디어 분야에서도 정말 다사다난했던 2017년 정유년이 저물고, 번성과 소통을 의미하는 2018년 무술년 황금 개띠의 해가 밝았다. 연초부터 2년여 만에 남북회담이 재개되는 등 좋은 분위기에서 새해가 시작되고 있으며, 이의 모티브가 되고 있는 ‘평창 동계올림픽’은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도와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우선, 핵과 미사일 문제로 동북아 정세 불안의 정점을 찍고 있는 남북, 미국, 중국 간 갈등 해소의 계기가 되고 있으며, 기술적으로는 세계 최초 지상파 UHD 방송이라는 타이틀로 한국 방송의 선진성과 전자산업의 우월성을 다시 한번 차별화할 호기가 되고 있다.
이런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듯,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세계 최초 지상파 UHD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면밀히 준비하겠다”고 선언했으며, 방통위는 작년 말 제4기 정책 과제 발표에서 UHD 방송의 성공적 도입과 활성화를 핵심 의제로 정했다. 우리는 지난 HD 전환기에 국내 지상파를 선두로 HD 전환을 그 어느 나라보다 빨리 성공시키면서 삼성, LG가 최고 글로벌 가전업체로 성장하고, 세계 속에 한류를 확산시킨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런 경험을 기준으로, 방통위의 UHD 방송 성공에 대한 관심과 의지는 매우 중요하며 적절한 표명이라 하겠다.
그러나 방통위의 정책 과제 내용을 살펴보면 매우 중요한 요소를 놓치고 있는 것이 발견된다. UHD를 통해 고품질 콘텐츠를 만들고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에는 IP 기술과 변화된 제작 환경에 대한 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이 기본이다. 그렇지만 방통위의 정책과제에는 이에 대한 내용이나 의지는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 과거 아날로그에서 HD로 전환하는 시기를 살펴보면, 초기에 제작/송출/시스템 기반을 담당하는 방송기술인을 대상으로 20억에 달하는 국가 차원의 교육 지원이 있었으며, 이런 교육과 안정적 기술 시스템 바탕 위에서 고품질 콘텐츠가 생산되고, 제작과 뉴미디어 서비스 방식이 다양하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방송사는 광고 수입 감소에 허덕이고 있으며, UHD 편성비율 준수도 어려운 예산 상황에서 인재 양성과 교육에 투입할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 기관조차 이에 대해 무관심한 현실에서 UHD 시스템을 운용할 인력에 대한 교육이나 HD 모바일, IP 커넥티드 융합 서비스 등에 대한 인재 양성 준비는 극히 미흡할 수밖에 없으며, 불완전하고 미숙한 인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세계 최초 UHD 방송이 실망으로 귀결될 우려가 있다. 지금이라도 대책이 필요하다.
세계의 미디어 제작자와 정책 관련자들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UHD 방송에 대한 인식을 높여갈 것이며,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큰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미 UHD가 미디어 산업에서 고품질 콘텐츠의 기준으로 인식돼 가고, 가전 산업에서는 하이엔드 제품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에서, 금번 평창 동계올림픽과 UHD의 성공적 안착은 한국의 브랜드 가치와 산업 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이렇게 중요한 미디어 산업 패러다임 변화의 시기를 성공으로 이끄는 근간에는 전문가들의 준비와 노력이 선행돼야 하며, 특히나 초창기에는 제작과 송출 기반을 안정적으로 구현할 기술 전문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시돼야 함은 당연하다. 지금이라도 차세대 방송 서비스의 성공을 위해 정부와 산업계, 방송사들의 기술 미디어 인재 양성에 대한 정책적, 재정적 투자 정책 보완을 통해 차세대 한류 문화 확산과 산업 발전의 기틀 마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