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유재원 YTN 방송기술인협회 교육국장]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의 의미는 과거의 경험을 참고하여 잘못을 고치고 좋은 것을 계승하지 않으면 발전이 없다는 의미로 쓰입니다.
YTN은 1995년 국내 첫 24시간 뉴스 채널로 출범해 디지털 전환, 유튜브 등 플랫폼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2023년 유튜브 구독자 수 400만 명을 돌파하며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또한 로이터 저널리즘 조사에서는 2022년 국내 주요 언론 중 신뢰도 1위로 평가되며,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YTN은 정상화를 위한 파업 중입니다.
YTN의 구성원 대부분은 단순하게 돈을 벌기 위한 수단보다 자부심과 일의 가치를 위해 필요한 사람이 되길 소망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그 소망, 아니 그 열망을 잃어가는 중입니다. 단순히 사랑하는 일에 대한 애정이 식어서가 아니라 주변의 상황과 조건들이 사랑하는 일을 사랑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전 정부는 2024년 2월 유진그룹 계열사인 유진ETN가 YTN의 최대 주주(30.95%)로 등극하는 것을 승인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정성과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한 조건들이 명시되었으며, 독립 감사 도입, 언론 보도에 대한 경영권 개입 금지 조항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하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고 점점 회사는 망가져 가고 있습니다.
사내 워크플로우와 세부 업무를 알지 못하는 리더를 임명하여 업무 효율성을 바닥으로 떨어트렸고 본인들의 성과를 위한 사원들의 잡도리가 시작되었으며,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들은 협찬 매출을 올리는 영업직으로 바꿔버렸습니다. 리더가 바뀌면 얼마나 달라지는지 느끼는 요즘입니다. 이번 파업은 단순한 쟁의행위가 아닙니다. 내란 세력과 결탁한 자본이 YTN을 장악하려는 시도에 맞서 조합원 모두가 단결해 나서는 첫 싸움이자 언론 독립과 법이 보장한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나서는 결연한 저항입니다. ‘시간외수당 법정화’, ‘보도국장 임면 동의제 등 단체협약 준수’, ‘대규모 조직개편 시 조합과 사전 협의 요구’ 등 원하는 것은 명확합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 지부는 파업결의문에서 “윤석열 정권의 강제 지분매각과 졸속 심사로 유진 자본의 손아귀에 넘어간 YTN은 지난 1년 처참하게 망가졌다”라며 “(MB정권 당시) YTN 대량 해직 사태의 원흉 김백은 내란 세력을 뒷배 삼아 낙하산 사장으로 낙점됐고, 자신을 꽂아준 권력자를 향해 머리를 조아리며 YTN에 편파방송이라는 낙인을 새겼다”라고 적시했습니다. “외압을 막기 위한 공정방송 제도는 철저하게 무시당했고, 살아있는 권력을 향한 비판과 풍자는 철저하게 봉쇄당했다”라고 결의문에 공표하였습니다.
YTN 투쟁은 처음이 아닙니다. 2009년, 2012년, 2018년 3번의 이전 파업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보도국장 임면 동의제가 이뤄지지 않은 것과 낙하산 사장의 임명에 대한 문제 제기였습니다. 3번의 파업으로 우리는 보도국장 임면 동의제를 얻었고 낙하산 사장의 퇴진을 끌어내며 공정방송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습니다. 이 토대들이 국내 주요 언론 중 신뢰도 1위 평가를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은 강제 지분 매각과 졸속 심사로 사기업에 공정해야 할 언론사를 넘겼습니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어렵게 얻어냈던 공정방송의 토대가 한꺼번에 무너졌습니다.
2025년 8월 5일 방송법 제정 38년 만에 공영방송이 정치권력에서 독립하려는 첫발을 뗐습니다. YTN을 다시 국민 품으로 돌려놓기 위한 첫걸음이자, 비정상이 판치던 YTN 정상화의 시작입니다. 수정된 방송법 시행으로 더는 김백 같은 낙하산 사장, 민간자본의 하수인, 그리고 정치권력의 대리인이 사장 자리를 넘보지 못하게 되어야 합니다. 민간자본 역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사장으로 내리꽂을 수 없을 것입니다.
YTN은 3번의 파업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으며 싸워 이겨내 얻어낸 것들에 대해 소중함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이번 4번째 파업을 통해 다시 새로운 공정방송을 위한 토대를 재건할 것입니다. 구성원의 노력으로 사장은 물러났으나 바뀐 건 없습니다. 공정방송을 추구하는 언론사의 일원으로서 선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당당하게 싸워 반드시 이겨내겠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