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김정현 KBS방송기술인협회 회장] 최근 대통령실에서 TV 수신료 징수 방식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09년과 2016년 법원 판결에 따라 ‘한전의 수신료 위탁징수 조항은 합헌’이며, ‘전기요금 고지서에 결합하여 수신료를 징수하는 것도 법률에 위배되지 않는다.’라는 결론이 난 사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리 징수에 대한 논의를 다시 꺼내 든 것은 공영방송을 흔들려는 의도 때문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KBS는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사로서 재난방송, 사회적 약자 배려, 국민통합이라는 국민이 부여한 공적 책임을 각종 프로그램과 뉴스를 통해 구현해왔다. 이를 위해 필요한 재원의 근간에 수신료가 있으며 징수는 한전 위탁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만약 현행 위탁 징수 방식을 바꿀 경우, 수신료가 급감할 뿐 아니라 징수 비용 증가로 재원 마련의 효율성조차 급격히 떨어질 것이다. 더 확대해야 할 재난방송, 장애인 방송, 국제방송, 지역방송 등이 축소될 것이며 모바일 이동수신, UHD 전환 사업, 다채널 서비스 등은 중단 또는 지연될 수밖에 없다. 이는 콘텐츠 경쟁력 확보와 TV를 포함한 가전 시장 활성화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며 그 피해는 시청자와 기업에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
또한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KBS 모든 매체에서 광고를 재개할 수밖에 없으며 공영적인 프로그램을 줄이고 시청률을 의식한 상업적 프로그램을 우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경우 지상파 광고 시장 경쟁을 더 가속해 기존 방송사의 경영을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의 촉매가 될 것이다.
대통령실은 분리 징수에 대한 논의가 공영방송을 정쟁의 한복판으로 밀어 넣어 혼란과 분열을 가중할 뿐 아니라, 나아가 우리 사회에 또 다른 갈등의 골만 남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OTT, 유튜브 등을 통한 콘텐츠의 무한경쟁시대로 접어든 지금이야말로, 분리 징수가 아닌 공영방송의 역할과 위상 강화를 위한 수신료의 현실화를 포함한 포괄적인 법적, 제도적 개선 논의가 시급한 상황이다.
KBS 경영진 또한 철저한 자기반성과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여 국민들과 KBS 내부 구성원들의 우려를 해소하고 진정한 국민의 방송 KBS의 참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