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김승준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회장] 대한민국 방송의 역사와 함께 지난 50년 동안 방송기술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다. 흑백에서 컬러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그리고 최근에는 UHD까지, 우리는 끊임없는 기술 변화의 연속선상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기술적 진보를 넘어 방송기술인들의 끊임없는 학습과 성장 그리고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방송기술의 발전은 방송기술인의 헌신적 노력 그리고 그에 따른 업무 효율화로 이어졌다. 특히 2005년 4,700명에 달하던 한국방송기술인연합협회 회원 수가 2024년 현재 3,000명 남짓으로 감소했다는 사실은 그동안 방송기술인이 누구보다도 큰 고통을 감내해 왔다는 증거이다.
최근 몇 년 사이 AI가 우리 산업 전반에 스며들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방송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방송기술인들의 그동안의 노력 그리고 이 같은 기술 발전은 우리에게 ‘전환’이 필요하다는 걸 이야기해 주고 있다. 이제 방송기술 인력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방송기술 조직은 신기술 연구와 도입에 더욱더 적극적이어야 하며, 인력 구성과 조직 체계를 시대의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재구성해야 한다. 이는 방송 콘텐츠의 질을 높이고, 시청자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필연적이다.
또한, 조직 체계의 재구성을 통해 전문화와 다기능성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일례로, 영국 BBC는 ‘BBC Academy’를 통해 직원들에게 지속적인 교육과 전문성 개발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기술 변화에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하며, 방송기술인들의 전문성과 창의성을 극대화한다. 독일 ZDF는 방송센터의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Mainz Broadcast Centre’에서 최신 기술과 자동화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여 업무 프로세스 최적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에도 이 같은 업무 효율성을 위한 지속적인 교육 시스템을 반영해야 한다. 또한 방송기술 인력의 조직개편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첫째로 핵심 업무 중심의 조직 재편(부서 통합과 슬림화)이 필요하다. 현재 세분돼 있는 각 부서를 핵심 기능별로 분류 및 통합을 통해 부서의 수를 축소하고, 이를 통한 업무 중복 최소화와 부서 간 협업을 강화해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둘째로 업무 프로세스를 최적화(업무 프로세스 재검토)해야 한다. 필수적이지 않은 업무를 식별하여 제거하고, 핵심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동화할 수 있는 업무는 최대한 자동화 기술을 도입하여 인력을 절약함으로써 업무 효율을 높여야 한다. 비효율적인 관리 업무 등은 과감하게 줄이고, 수많은 사이트 관리를 위한 AI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개발하여 유지·업데이트하는 형태의 업무로 나가야 한다.
셋째로 유연한 인력 관리(다기능 인력의 육성)가 필요하다. 직원들이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과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부서 간 업무 이동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업무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넷째로 기술 중심의 조직 문화를 구축(혁신적 기술 도입)해야 한다. 최신 방송기술의 도입과 적용을 우선시하여, 방송기술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신기술의 적극적인 도입으로 콘텐츠 제작 효율화나 유통 혁신을 통해 수익 창출의 기회까지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장기적 인력 계획(장기 인력 계획 수립)을 수립해야 한다. 최근 국내 방송 시장을 살펴보면 신규 채용이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퇴직 예정 인력과 업무량을 고려한 장기적인 인력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장기 인력 계획을 통해 인력 부족 문제를 예방하고, 조직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52시간 근무제도와 연차 촉진 100%를 문제없이 적용하기 위해 정확한 시뮬레이션을 통한 적정 인력 산정을 선행해야 할 것이다.
‘필수 최소 인력을 줄이고, 어떻게든 운용해 보자’라는 땜질식 인력 계획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변화하는 방송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조직 구조와 업무 프로세스의 지속적인 개선이 필수이다. 방송기술 인력의 조직개편은 효율성, 유연성 그리고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해외 방송사의 조직 구조나 유명 제작사의 모델을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 방송계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와 책임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각각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데에 모범 사례의 참고를 통한 전략을 구상하는 태도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지금은 모든 방송사가 현재 직면한 인력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 지향적인 조직으로 성장하기 위한 시기임이 분명하다. 어느 한 곳만의 위기가 아니란 이야기다. 이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고,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도 선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과정임이 자명하다. 상기에 언급한 조직개편의 전략적 접근을 통해, 방송기술인들이 직면한 현재의 도전은 결국 새로운 기회로 전환될 것이며, 이를 통해 더욱 발전된 방송 서비스를 시청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