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는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

[사설] 라디오는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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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명석 CBS 방송기술인협회 회장] 2000년대 후반까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오디오 콘텐츠는 실시간 라디오방송 과 MP3, CD 등 개인이 소유해서 듣는 음악 이 주를 이루었다. 그 당시에도 인터넷 스트리밍이나 오디오북이 있었지만, 사용 빈도는 매우 낮았다. 사람들은 집과 일터에서 FM 라디오를 틀어놓았고 이동 수단인 택시, 버스, 자동차에서 라디오의 시사, 교양, 음악 프로그램 등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TV만큼의 위상은 아니더라도 라디오는 TV와 함께 큰 축을 담당했다. 그런데 10여 년 전 스마트폰의 보급 과 모바일 인터넷 이용이 확산하면서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환경이 나타났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오디오 콘텐츠는 다양해 졌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다니면서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FM 라디오 대신 원할 때 들을 수 있는 팟캐스트를 들었고, MP3, CD처럼 소유하며 듣는 것이 아닌 스트리밍을 통해 원할 때 오디오를 적극적으로 소비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각각 독립적인 기기나 매체로 존재하는 모든 것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사진을 찍기 위해 별도로 들고 다니던 디지털카메라도, 음악을 듣기 위해 목에 걸고 다니던 MP3플레이어도, PC, 라디오, 만화책, 신문, 달력과 플래너, 캠코더, 심지어 TV까지도 스마트폰의 앱이 되었고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대가 돼 버렸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미디어 환경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그 흐름 속에서 라디오도 변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정책적으로 디지털라디오 도입을 추진하였지만, 방송사간 이해관계로 인해 결실을 보지 못했고 2013년 이후 실질적인 논의가 중단되었다. 2015년부터는 하이브리드 라디오 도입에 대한 제안이 있었고 국회, 정부, 라디오방송 사업자가 지속해서 스마트폰에 FM 라디오 수신 기능 탑재를 요구한 결과, 2018년부터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에서 FM 라디오 수신이 가능한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안테나 역할을 하는 유선 이어폰의 사용보다 무선 이어폰 사용자가 증가한 점, 스마트폰 구입 시 유선 이어폰을 기본 제공 항목에서 제외한 점 등 FM 라디오 이용자가 늘어날 수 없는 구조가 됐다. 결국 하이브리드 라디오 서비스 이용자는 예상보다 증가하지 않았다.

방송사 자체적으로는 스마트폰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아날로그 매체인 FM 라디오를 모바일 앱으로 만들어 스마트폰에 탑재하였고 스트리밍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앱 형태로 라디오방송을 하는 방식은 모습은 디지털이지만 아날로그 지상파 방송과 근본적인 차이가 없다. 스튜디오에 카메라를 넣어 보이는 라디오로 각 방송사 자체 앱 및 유튜브에 송출하고 있지만, 기존 제작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며 방송 포맷 자체도 기존 아날로그 방송 제작 프레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채 부분적으로 디지털화한 상황이다. 디지털화의 노력으로 메타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지하여 활용하기 시작했지만, 메타데이터의 관리, 활용에 있어서 여전히 열악한 모습이다.

반면 처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디지털 오디오 플랫폼은 디지털 콘텐츠의 핵심인 메타데이터를 콘텐츠와 동시에 생성해서 유통 끝까지 이용하며 콘텐츠 제작부터 전달까지 디지털화한 방법을 사용한다.

디지털로 변화를 시도한 라디오방송은 디지털 네이티브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과 비슷한 것 같지만 여전히 디지털에 최적화하지 못한 모습이다. 마치 테슬라 전기차와 기존 자동차회사의 전기차 관계와 유사하다. 테슬라 전기차는 스마트디바이스에 바퀴를 달고 달리는 반면 기존 자동차회사의 전기차는 기존 자동차에 스마트 기능을 탑재하여 달린다. 마치 디지털 네이티브 오디오 플랫폼과 디지털화하고 있는 라디오의 관계와 비슷한 모양새다. 현재 자동차도 테 슬라 전기차와 기존 자동차 플랫폼에서 양산한 전기차를 이용하는 사람이 공존하듯이 오디오 콘텐츠 또한 디지털 네이티브 오디오 플랫폼과 아날로그 감성을 지닌 FM 라디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접하는 디지털 네이티브 감성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며 그들은 디지털 네이티브 콘텐츠를 더욱 소비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라디오는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 방송사마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겠지만 ‘통합 플랫폼’과 ‘자율주행 자동차’ 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고 본다. 기존 아날로그 라디오는 일종의 통합 플랫폼이다. 하나의 라디오 수신기에서 주파수만 변경하여 쉽게 원하는 방송사의 콘텐츠를 찾아 소비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현재의 FM 라디오는 각 방송사 자체 앱 형태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고 있고 소비자들은 원하는 방송사 앱을 각각 설치해 라디오를 스트리밍으로 소비한다. 이용자들은 원하는 라디오의 앱을 여러 개 설치해야만 하고 이는 라디오 이용에 불편을 초래하며 라디오의 이용률을 떨어지게 한다.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현재는 통합 플랫폼 형태로 라디오 콘텐츠가 소비되고 있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대표적으로 남아있는 곳이 자동차다. 자동차의 FM 라디오는 통합 플랫폼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소비자는 원하는 주파수를 선택하여 라디오 콘텐츠를 소비한다.

자동차에서 여전히 라디오 콘텐츠의 소비가 꾸준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높은 이용률을 유지해 오고 있다. 이는 안전이 매우 중요한 운전 환경과 자동차에서는 통합 플랫폼으로 존재하는 라디오 형태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향후 자율주행 기술의 완성도가 높아져 자율주행을 실현한다면 자동차 안에서 라디오 콘텐츠 소비의 위상은 달라질 것이다. 스마트폰처럼 앱 형태로 콘텐츠를 소비할 가능성이 높고 AI 기술을 접목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콘텐츠를 소비할 것이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 자율주행의 기술 구현은 빠르게 진행될 듯해 보이지만 법적인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에 당장 빠른 미래에 자율주행이 실현될 것 같지는 않다. 우리에게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2020년 7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발표한 ‘라디오방송 진흥을 위한 정책 건의서’에서는 청취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쉽게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라디오 통합 앱 및 포털 운영이 필요하며, 정부는 앱·포털 개발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 및 사업자 간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하였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에 라디오 통합 앱 및 플랫폼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더 나아가 라디오를 넘어서 디지털 오디오 플랫폼으로 써 오디오 콘텐츠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그래야 계속해서 매력적인 오디오 서비스로 이용자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계속해서 디지털 네이티브 역량을 키워 나가야 하며 디지털 네이티브 수준까지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가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