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유주열 방송기술저널 편집주간] 지난해는 우리나라 방송계 특히 지상파 방송사의 입장에서는 굴욕의 시간으로 기억될 만큼 분위기가 침울했다. 보도 신뢰도는 종합편성채널에 크게 추월당했고, 광고판매의 급감, 모바일 등 경쟁 매체의 급부상 등으로 전반적인 상황이 지상파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특히 보도 신뢰도 하락은 방송 현장에서 싸늘한 시민들의 반응으로 나타났으며 낮은 시청률이 증명하고 있었다.
보도 신뢰도 하락의 원인은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뉴스를 공정하게 보도하지 못한 방송사의 책임에 있을 것이다. 이에 더불어 공정방송의 토대가 되는 공영방송의 지배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이 관련 업계, 학계 및 정치권을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됐다. 공영방송의 근간인 사장 선임, 이사회 구성 문제 등이 정권 입맛에 따라 좌지우지되다 보니 공영방송에서 정부 비판적인 보도는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지난 8년 동안 이른바 ‘이명박근혜’정부를 거치면서 바른말 하는 방송 기자, 피디 등 방송인들이 수도 없이 해고되면서 공영방송이 국정홍보방송으로 전락했다는 비판까지 들어야 했다. 급기야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세월호 참사 보도 개입 등 공영방송의 보도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해 7월 야 3당이 주축이 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을 공동 발의하게 됐다.
발의까지는 좋았는데, 지난해 터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국회의 기능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법안 통과는 해를 넘기고 말았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은 공감했지만 여야의 정치적 셈법이 달라서 큰 견해차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1월 18일 본 건에 대해 국회 미방위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논의를 시작하는 등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법안 통과까지는 보다 시일이 걸리겠지만 희망적인 소식임이 틀림없다.
분명한 것은 공영방송을 바로 세우고 공정 방송을 실현하는 것은 당리당략의 틀에서 밀고 당기기 식으로 처리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방송이라는 것은 여당, 야당의 입장에서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8년의 세월 동안 방송이 사회의 공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함으로 인해서 오늘날 공영방송의 추락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새해 들어 미방위에서 법안 처리에 대한 의미 있는 첫발을 내디뎠다면, 이제부터는 법안 통과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공영방송을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