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이상규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장] 방송통신위원회는 7월 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하반기 전체회의에서 ‘신뢰받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방송통신 환경 조성’, ‘이용자의 능동적 참여와 권리 강화’, ‘지속 성장이 가능한 방송통신 생태계 구축’, ‘미래 대비 신산업 활성화’ 등 4가지 정책 목표를 제시했다.
방통위는 첫 번째 정책 목표인 ‘신뢰받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방송통신 환경 조성’의 주요 업무로 ‘방송의 공정성 및 공공성 강화’를 꼽았다. 우리는 지난 정권에서 방송과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을 때 사회에 얼마나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는지 보았으며 공정하지 않은 방송과 언론의 피해자는 결국 사회 구성원 전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행스럽게도 시민의 촛불로 민주주의의 새 역사를 썼고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밟고 있는 시점에서 방통위가 ‘방송의 공정성 및 공공성 강화’를 첫 번째 주요 업무로 꼽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방통위가 방송미래발전위원회를 구성해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을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공영방송사 임원(KBS‧방송문화진흥회‧EBS 이사 등)의 임기가 올해 8월에 만료되는 상황에서 방통위가 법령에 의해 주어진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했다면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위해 더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동안 시민사회에서는 공영방송 이사회를 정치권이 나눠먹기식으로 구성하는 것을 반대하며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의 독립성과 투명성 제고를 요청해왔다. 이번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 공모에서 국민 의견 수렴 절차가 있었으나 단 5일간의 의견 수렴 기간과 실명 인증을 거처야 후보자 정보를 볼 수 있도록 한 것으로는 그간 공영방송 정상화를 간절히 원했던 시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었다.
시민사회는 정치권의 개입 없는 이사 선임과 방송의 독립성, 공영성 등 10여 가지 공영방송 이사의 조건을 제시했다.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는 여기에 더해 공영방송 이사의 자격 요건으로 미래 방송에 대한 비전을 요구한다. 이는 방통위의 정책 목표인 ‘미래 대비 신산업 활성화’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지상파 UHD 방송의 전국 서비스와 방송과 통신의 융합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공영방송 이사가 갖춰야 할 필수 덕목이다. 모든 공영방송 이사들이 UHD 방송과 MMS, OTT 서비스를 이해하고 지상파 방송의 나아갈 방향을 고민해야겠지만 현재로서는 단 한 명의 이사라도 이러한 덕목을 갖추기를 희망한다.
지상파 UHD 본방송을 1년 앞두고 방송 표준을 미국의 ASTC 3.0 기반으로 다시 제정했을 때 내세운 명분은 뛰어난 수신 성능과 방송과 통신의 융합 서비스였다. 이러한 지상파 UHD 방송의 장점을 활용하면 재난 상황에 대비한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가능하며 다채널 방송은 물론 방송과 통신을 융합한 OTT 서비스까지 가능해진다. 하지만 지금 시장에 깔리고 있는 UHDTV는 이러한 기능을 다 갖추고 있지 않다. 만일 현재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마냥 시간이 흐른다면 1, 2년 후에는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방송미래발전위원회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방안에 의해 공영방송의 이사들이 언제 선임될지 모르겠으나 이번에 새로 선임될 공영방송의 이사에게 미래 방송에 대한 비전을 요구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