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위기와 기술 투자

[사설] 공영방송 위기와 기술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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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김정현 KBS방송기술인협회 회장] 정권이 바뀌면서 공영방송사도 바람 잘 날이 없다. KBS는 2명의 이사가 바뀌어 여당 추천 이사 6명 야당 추천 이사 5명으로 여당 우위의 이사회 구성을 완료했다. EBS는 물론 MBC 방문진 이사 교체 작업도 진행되고 있어서 조만간 여권 우위의 지형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른 공영방송 3사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정권의 변화에 따라 항상 붙어 다니는 공정성, 편향성, 상업성 문제 제기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노무현 정권 시절 정연주 사장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 박근혜 정권 때 고대영 사장 임기 동안 극한으로 치달은 갈등은 봉합 없이 문재인, 윤석열 정권까지 이어지고 있다.

KBS 공영방송의 소임은 당연히도 국민에게 사실과 진실을 기반으로 한 보도, 양질의 콘텐츠 제작,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국가적 재난 상황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다. 또한 새로운 방송 제작 및 송출 기술 연구 개발을 통해 방송 장비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물론 방송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의무가 있으며, 전문 인력 양성과 노하우 확산 또한 공영방송의 커다란 책무 중 하나이다. 이를 위해 국민은 수신료를 통해 공영방송을 기꺼이 지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권력의 변화에 따른 공영방송의 위기 반복은 이러한 공적 책무 수행에 많은 제약을 가하고 있다. 방송기술 투자 또한 마찬가지다.

6년 전 KBS는 기술 혁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새로운 방송센터 건립의 필요성을 느끼고 송신소 부지를 매각하고 구성원들의 예산 절감을 위한 노력을 통해 수천억 원의 방송센터 건립 예산을 마련했다. 공영방송의 새로운 도약과 기술 분야 공적 책무 수행을 위해서 신사옥 건립은 방송기술인들은 물론 공사 모든 구성원의 간절한 염원이었다. 설계 공모를 통한 디자인 및 조감도까지 완성했지만 내외부 권력 지형이 바뀌면서 사업은 유보됐고 결국에는 최종 무산됐다. 구성원의 노력과 공사 자산을 매각해서 마련한 예산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고 남은 것은 70년대 인프라를 기반으로 임시방편식 리모델링의 반복뿐이다.

그리고 다시 6년이 지나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고 공사 재원의 근간을 위협하는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이 개정됐다. 수신료를 현실화해도 부족할 판에 분리징수를 시행하면서 공사 재정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당장 공영방송사의 존립을 걱정하게 되면서 회사는 비상 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상당 부분의 인프라 시설 투자를 유보하거나 취소했다. 더 큰 문제는 진행을 중단한 사업 안에는 고화질 4K 제작 인프라와 ATSC 3.0 기반의 차세대 방송 서비스망 구축 등 회사가 미래를 향해 도약하고 국가 방송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업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잘 알다시피 인프라 투자는 하루아침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회사의 장기 플랜에 기반해 결정하며 그 시기와 타이밍을 놓치면 방송의 경쟁력 저하와 경영 효율화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한다. 그 결과로 추후 몇 배의 투자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3천 억이면 가능했던 방송센터 건립이 이제는 두 배의 예산으로도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결국 여야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공영방송 위기의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공영방송은 정권이 아닌 국민의 것이다. 국민의 소중한 자산이자 대변자인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과도한 흔들기 대신 과감한 투자와 혁신을 할 수 있도록 여야는 물론 정부는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