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본방사수’ 시청 패턴이 올림픽에서도 무너졌다. 시청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고 하지만 올림픽만큼은 TV로 시청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었다. 하지만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이 같은 기대는 완벽히 어긋났다. 올림픽 중계도 실시간 TV보다는 모바일로, 또 실시간 보다는 하이라이트가 이번 올림픽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언제 어디서든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됐기 때문에 더 이상 본방사수 등에 집착하지 않아도 되는 시청 패턴의 변화가 올림픽까지로 확대됐다.
현지 지상파 방송사들의 올림픽 중계방송 시청률은 주요 경기에서만 겨우 10%대를 넘기고 있다. 시청률조사기관인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리우 올림픽이 시작된 8월 6일부터 18일까지 KBS 1TV와 2TV, MBC, SBS 등 4사의 올림픽 중계 시청률이 10%를 넘긴 날은 △8월 6일(여자배구 한일전) MBC 11.5% △8월 11일(양궁, 펜싱, 유도 등 주요 인기 종목) MBC 11.2% △8월 14일(남자 축구 8강전) KBS 2TV 14.6% △8월 17일(태권도, 골프 등 주요 인기 종목) KBS 1TV 11% △8월 18일(태권도, 골프 등 주요 인기 종목) KBS 1TV 13.7% 등 총 5번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시청률이 안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지난 런던올림픽 당시 주요 경기 시청률이 30%대를 육박했었는데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12시간의 시차를 시청률 저하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 선수들의 주요 경기가 새벽 시간에 집중돼 있다 보니 올림픽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본방사수보다는 모바일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는 시청자들이 크게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모바일에서도 올림픽 생중계 및 하이라이트 영상을 서비스하고 있는 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 등 모바일 TV보다 하이라이트 영상만 제공하고 있는 네이버나 카카오 등 포털이 더 큰 재미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기관인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올림픽 예전 경기와 개막식 등이 진행된 8월 1일부터 7일까지 네이버 스포츠 서비스 트래픽은 전주 대비 24% 증가한 355만여 명을 기록했으며 페이지 뷰와 총 체류시간 역시 각각 16%와 13% 늘었다.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카카오 다음 스포츠의 PC 기준 페이지 뷰는 개막 전주 대비 3배 정도 늘었으며, 모바일 페이지 뷰 역시 2.5배 증가했다. 포털 관계자는 “올림픽이 본격 진행되면서 더 큰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했다.
반면 생중계를 서비스하고 있는 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 등 모바일 TV는 지상파보다는 나은 상황이지만 포털보다는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모바일 트래픽은 올림픽 시작 전보다는 늘어났지만 포털보다는 접속량이 적은 것으로 추정된다. 아무래도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고 추가 가입을 해야 하는 모바일 TV보다는 인터넷 접속만으로 접근 가능한 포털 이용이 쉽기 때문이다.
다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는 리우 올림픽의 효과를 어느 정도 보고 있다고 한다.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옥수수의 하루 트래픽은 올림픽 이전보다 150% 늘은 것으로 전해졌다. SK브로드밴드 측은 “특히 아침 출근 시간대 트래픽이 늘고 있다”며 “새벽 시간대 경기를 놓친 시청자들이 경기 영상을 보면서 출근하고 있어 데이터 사용량이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