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원회 비공개회의, ‘통제받지 않는 권력’의 전형

방통위원회 비공개회의, ‘통제받지 않는 권력’의 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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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원회 비공개회의, ‘통제받지 않는 권력’의 전형

윤익한(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원)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선임 논란과 한나라당, 민주당의 방통위원 선임의 불투명성, 그리고 구 정통부와 구 방송위 간의 직제와 조직정비에만도 수개월의 시간을 허비한 방통위원회가 비공개 회의 진행으로 출범 초기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지난 16일 방통위원회는 ‘IPTV법 시행령’(안)과 회의운영 규칙 등을 논의하며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했다.  방통위가 이날 회의에서 발표한 회의운영규칙 역시 구 방송위원회의 구태 즉, 정책결정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수행할 의사가 없음은 물론이고, 법적·제도적으로 마련된 장치마저 자의적으로 재단할 수 있다는 방통위원들의 초법적 인식수준을 드러내고 있다.
방통위는 FCC의 예를 들며, “국가안보 관련 사항 이외에도 사생활 침해, 무역비밀, 시기상조의 정보를 공개하여 제안된 기관의 행위이익을 심각하게 방해하는 경우 비공개 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며 반박 보도자료를 뿌리는 등 언론플레이를 했지만 이 역시도 사실과는 큰 차이가 있다.
FCC(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회의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필요할 경우 비공개로 할 수 있는 예외조항을 마련하고 있는데, 예외조항을 적용해 회의를 비공개로 할 지 결정하는 것은 법적절차에 따라 하도록 돼 있다. 회의를 비공개로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먼저 법률 자문을 반드시 받아서 예외 사항의 어느 조항에 적합한지를 증명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또한 FCC는 회의 공개 여부를 투표로 결정하고, 투표할 경우 참여한 위원들의 투표 내용까지 공개하도록 조항을 마련해 놓고 있다.
이처럼 FCC가 비공개 회의에 필요한 절차와 의무조항을 마련하고 있다는 내용은 생략하고 자신들이 내놓은 ‘자의적 근거’가 정당하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는 것은 혹세무민(惑世誣民)하겠다는 것인가, 독선과 아집의 결과인가.
방통위가 비공개 회의 조항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민주당 추천 방통위원들의 행보 역시 놀랍다. 과거 방송위원회와 달리 1기 방통위원 선임과정은 원천적으로 시민사회의 추천경로가 차단되었다. 정부와 국가권력,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특정 정치세력들 간의 뒷거래식 인사추천과정이 빚은 결과다.
방통위원회는 지난 두 달 가량 각종 논란과 기구통합의 지지부진함 속에서 사실상 직무유기를 해 왔는데, 그간 시민사회는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시민사회는 그들이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기구통합을 이뤄내는 데 그만한 시간이 필요하다면 그 정도의 불편함을 감내하는 것은 시민의 마땅한 책임이라고 받아들여왔다. 그러나 법과 제도를 우회하며 자신들의 행위를 감추고 시민을 배제하려는 교묘함을 드러난 방통위원들에게 시민사회는 또 한 번 당한 셈이다.
이제 시민사회의 선택은 명료해졌다. 사실상 통제받지 않은 권력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방통위원회를 견제하기 위해, 방통위법의 개정법률안을 제출하고 더 큰 연대단위로 뭉쳐 시민의 이해와 요구를 관철시켜 나가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