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차기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한상혁 법무법인 정세 대표변호사가 내정됐다.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출신의 한 후보자는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를 맡는 등 방송‧통신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미디어 전문가로 꼽힌다.
청와대는 8월 9일 방통위원장을 포함한 장관급 8명을 교체하는 중폭 수준의 개각을 단행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한 후보자에 대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높이는 동시에 건전한 인터넷 문화의 조성과 방송‧통신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유도해 방송‧통신 이용자 편익을 높여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 후보자는 대전고와 고려대학교 법학과, 중앙대학교 언론학 석사를 거쳤으며, 사시 40회로 노무현 정부 시절 만들어진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 전문위원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맡은 바 있다. 현재 법무법인 정세 대표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민언련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디지털방송과 인터넷TV(IPTV) 등에 대한 법제와 기구에 대해 들여다봤기 때문에 유료방송 분야에 대해서도 알고 또 방문진 이사를 지냈기에 방송의 공익성‧공정성에 대한 식견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문회 문턱을 넘기까지 몇 가지 쟁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3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후보자로 지명된 인사 중 부적격 인사가 많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라며 “특히 조국‧한상혁 후보자가 집중 검증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한국당 회의에서는 조국‧한상혁 후보자와 관련된 각종 의혹 및 쟁점이 될 만한 정보들을 공유하는 한편 당 차원의 검증 전략을 구성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 후보자는 논문 표절 의혹과 음주운전, 자녀 이중국적 논란이 일고 있다.
한 후보자의 발언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자는 1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인근 오피스텔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미디어 공공성 강화에 힘을 쏟고, 가짜 뉴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자는 “법률가로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요성을 잘 알고 있지만 의도적인 허위 조작 정보와 극단적인 혐오 표현은 표현의 자유 보호의 범위 밖에 있다”면서 “해외의 사례나 법례를 보더라도 허위 조작 정보 규제는 그 타당성을 인정받고 있기에 구체적으로 제도를 정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바로 성명을 내고 “지금 방통위에서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 과연 이른바 가짜뉴스 근절 대책의 수립인가? 방통위가 이 문제를 주요 업무로 받아 안아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논하자는 것이 합당한가? 지상파 비대칭규제 해소와 종편 특혜 환수 문제가 방통위에서 재논의해야 할 사안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언론노조는 “정작 신중한 논의가 필요한 사안은 시급한 과제인 것처럼, 방통위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추진이 보류된 사안은 재검토가 필요한 것처럼 의견을 내놨다”며 “청와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답을 내놨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발끈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13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청와대가 가짜뉴스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한 후보자를 지명한 것이라면 의도 자체가 방통위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방통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문화체육관광부와 합을 맞출 전문성 있는 위원장이 필요한 곳이지 칼잡이가 필요한 곳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오 원내대표는 “방통위원장 인사청문회에 집중적으로 다뤄질 사안이 한 후보자의 전문성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엉뚱하게 가짜뉴스 규제 문제가 이슈화되고 있는 것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밟히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선이 확정된 이후에도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방통위에 산적한 현안이 많지만 상대적으로 기간이 짧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1년여의 임기를 남기고 떠난 과제를 다 처리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방통위에는 지지부진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문제를 비롯해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의무편성폐지 등 종편 특혜 환수와 종편 재허가‧재승인 심사 등의 현안이 있으며,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언급한 방송‧통신 업무의 이원화 문제로 처리해야 할 문제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