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와 미래부의 불편한 ‘자존심’

방통위와 미래부의 불편한 ‘자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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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관계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이분화된 방송 정책을 두고 출범 전부터 신경전에 돌입하더니, 이제는 양측이 의전 문제로 감정싸움까지 벌이고 있다.

첫 번째 무대는 케이블 업체들의 전시회인 ‘2013 디지털케이블 TV쇼’였다. 당시 행사에 참석한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의전 문제로 주최 측인 케이블TV협회 측이 엄청나게 난감해 했다는 후문이다. 23일 개막식 당일, 식순에 따라 양휘부 한국케이블TV협회 회장에 이어 최 장관이 인사말을 했고 이어 이 위원장이 뒤를 이음에 따라 별 무리가 없었지만, 행사 이후 저녁 6시 30분에 열린 케이블TV방송대상의 식순에서 최 장관보다 이 위원장이 먼저 인사말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미래부는 주최를 맡은 협회에 강력히 항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의전을 감안하면 미래부의 문제제기는 타당하다. 현재 정부 조직 체계로 보면 미래부는 기획재정부에 이어 두 번째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케이블TV협회는 공식 의전을 무시하고 행사를 진행했다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방통위는 이러한 논란에 대해 “우리들의 일이 아니다”는 입장을 보였다. 게다가 두 인사는 전시장을 참관하는 도중에도 ‘규제 완화’와 ‘규제 강화’를 각각 주장하는 등 묘한 불협화음을 연출했다.

그런데 5월 24일 열린 ‘2013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 시상식’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방통위가 배포한 자료에서 참석이 확정된 윤종록 미래부 차관의 이름을 뺐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이날 배포한 자료를 통해 ‘시상식에는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국회의원 방송사 대표 등 300여명이 참석, 수상자들을 격려했다’고 밝혔다. 미래부 입장에서는 당연히 발끈할 만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심지어 윤종록 차관은 시상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동시에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미래부-방통위의 미묘한 눈치싸움을 두고 “두 조직이 제대로 화합하지 못한다는 증거”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한편, 최근 성황리에 종료된 KOBA 2013(주최: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한국이앤엑스)에서도 미래부와 방통위를 초청해 개막행사를 치뤘지만, 당시는 능숙한 의전으로 큰 무리없이 행사가 진행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