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와 가전사만을 위한 디지털 전환 정책 전면 수정되어야

방통위와 가전사만을 위한 디지털 전환 정책 전면 수정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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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와 가전사만을 위한 디지털 전환 정책 전면 수정되어야
 

 

 
박 종 원/ 미래방송연구회 사무국장

2006년부터 논의 되어 온 지상파 디지털 전환 정책이 중요한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올해 2월 ‘지상파 텔레비전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방송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7월 특별법 관련 시행령이 제정되었다. 그러나 이번에 제정되고 공표된 디지털전환특별법과 시행령은 수신환경 개선 대책과 저소득층 지원, 방송사의 재원 마련 대책 등 예산을 수반하는 핵심적인 내용들이 빠져 있어 과거 방송위원회가 추진해 온 디지털방송추진위원회 보고서 수준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합쳐져 대통령 소속의 방송통신위원회가 설립되었지만 디지털 전환에 대해서는 과거 수준의 논의를 넘어서지 못하는 있는 것이다.

 

국가가 추진하는 디지털 전환 정책은 시청자의 대변하는 공공의 이익과 이에 따르는 산업적 이익, 국가 경쟁력 확보 등 다양한 목표를 갖고 추진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의 이해당사자는 정책추진기관인 정부, 아날로그방송의 전체 시설을 디지털방송으로 전환해야 하는 방송사, 디지털 수상기를 제조하는 가전사 및 아날로그 수상기를 디지털로 대체해야 하는 시청자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공표된 디지털전환 특별법과 시행령은 방송사와 시청자가 디지털 전환을 수용하기에는 매우 부족하고 불편한 법이 되어 버렸다.

 

특별법은 2012년 특정 날짜에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하고 기한 내에 시청자들이 디지털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장치를 구비해야 하는 강제성을 띤 법안이다. 방송사에는 HD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편성하고 정해진 일정에 아날로그방송 시스템을 디지털 장비로 교체해야 한다. 연합회와 시민사회단체는 강제성을 띤 ‘디지털전환특별법안’이 시청자를 위해 최소한 기본적인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특별법 제정과정에 수차례 건의했었다. 주요 핵심은 디지털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수신환경 개선 대책을 정부가 마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디지털방송으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는 저소득층을 포함한 시청자의 지원 대책을 강구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정책은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주체인 정부가 구체적인 대안과 정책을 내 놓고 시청자들을 설득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다.

 

디지털방송을 시청하기 위해서는 아날로그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시청자가 디지털 수신 장치(DTV, 디지털 STB, D to A)를 구입하여야 한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공시청 시설을 디지털 장치로 교체해야 하며 직접 수신을 하는 가구도 안테나를 교체해야 하는 시청자의 비용을 수반하고 있다. 정부 정책의 강행으로 시청자들은 고화질의 디지털 방송 시청 대가로 멀쩡한 아날로그 텔레비전을 교체해야 하며 디지털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유료방송을 통해 디지털방송을 보는 경우인데 이 경우 비싼 고가의 패키지에 디지털방송을 포함하여 보내는 유료 방송사업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결국 피해는 시청자의 몫인 것이다.

 

저소득층을 포함한 시청자의 지원도 정부의 역할이다.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이익을 보는 집단이 있는가 하면 이로 인해 불이익을 당하는 집단도 생겨나기 마련이다. 디지털 전환은 고가의 디지털 수상기를 구매할 수 없는 저소득층과 아날로그 방송으로 충분한 시청자에게 디지털 수상기를 구입을 강제함으로써 전환을 꺼리는 시청자에게 피해를 강요하게 된다. 결국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시청자가 불편하지 않게 정책을 강구하고 예산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의 당연한 역할이다.

 

방통위, 디지털 전환 주파수 로드맵도 없이 아날로그방송 종료 추진

이제까지 디지털 전환을 위해 보여 준 방통위의 정책과 역량은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방통위원들의 디지털 전환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 부족, 특별법 시행령 과정의 예산 확보 노력 등 복잡하고 어려운 디지털 전환의 과제를 풀기에는 여러 가지 면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방통위는 IP-TV 도입을 비롯해 통신사업자의 방송진출과 케이블방송 등 유료방송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온갖 심혈을 기울이면서 공공정책과 산업정책이 결집된 디지털 전환에 대해서는 무지와 무능으로 일관하고 있다. 원활한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방통위의 확고한 의지와 전향적인 정책의 변화를 시급히 요구하고 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는 아날로그방송을 종료하기 위한 ‘DTV 채널배치’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DTV 채널배치’(안)은 디지털 전환을 위한 계획이라기보다 아날로그방송 주파수 회수를 위한 계획으로 방통위가 디지털 전환을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케 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정책당국이 아날로그 방송을 대체할 수 있는 디지털 전환 주파수 배치 계획마저도 오로지 아날로그방송용 주파수 회수 목적에 두고 있으니 제대로 된 디지털 전환이 될 리는 없을 것이다. 아날로그방송의 전파 커버리지 보다 넓은 디지털방송 커버리지 확보 계획은 디지털 전환에 있어 필수적인 사항이며 강제성을 띤 법으로 인해 시청자의 피해를 설득할 수 있는 필연적인 정책이다. 그러나 방통위가 제시한 ‘DTV 채널배치 계획’은 읍·면 단위 지역과 산간 도서 지방의 디지털 전환은 무시하고 가겠다는 뜻으로 으로 국민적 저항을 야기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지상파 디지털 전환은 시청자에 대한 지원 정책과 함께 지상파방송의 재원 조달과 지상파방송의 규제를 완화하여 디지털 방송을 활성화 하는 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아날로그방송 종료를 위해 적정의 시기에 디지털 주파수를 배치하는 주파수 정책 등이 연계되어있다. 지금까지 방통위의 디지털 정책은 지상파에 대해 규제로 일관해 왔고 디지털 주파수도 자기들의 목적에 맞게 재단하고 있으며 시청자의 지원에는 무관심으로 일관해 왔다. 책임은 지지 않고 규제를 위한 권한 행사만 강요하는 정책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7년 동안 24%의 디지털 보급률이 우리나라 디지털 전환의 정책 점수인 것을 감안할 때 남은 4년 동안 방통위의 점수는 크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수신환경 대책과 주파수 정책을 비롯해 디지털 방송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전향적인 방통위의 자세변화가 없다면 디지털전환 정책은 지체되고 국민의 저항에 부딪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