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는 영혼을 팔았다

방통위는 영혼을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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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 방송 전파의 혼선 및 간섭을 피하기 위해 보호대역 주파수로 남겨두어야 하는 ‘화이트 스페이스’를 통신 기술인 ‘슈퍼 와이파이(Super WiFi)’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당장 무료 보편의 미디어 서비스를 무시하고 맹목적인 통신 기술의 발전만 추구하는 방통위를 겨냥한 비난의 수위도 올라가고 있는 형국이다.

 

   
 

‘화이트 스페이스’는 지상파 방송 주파수 사이에 존재하는 일종의 ‘혼선 방지 마지노선’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2004년 디지털 전송 방식을 정함에 있어 주파수 효율이 높은 유럽 방식을 포기한 대신 산업적인 측면에서 고려된 미국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에 화이트 스페이스야말로 난시청 예방 및 시청자의 올바른 시청권 보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위치를 공고히 해왔다.

그런데 방통위는 지난 9월 21일 국민신문고 전자공청회란에 공고를 내고 전국 디지털 전환 이후 화이트 스페이스를 통신기술인 슈퍼 와이파이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예고했다. 대선 정국이라는 미묘한 시점에 가장 올바른 미디어 공공성을 추구해야 하는 정부 주무부처가 공공의 가치를 저버리고 맹목적인 통신 산업 발전 육성에 팔을 걷어 붙인 것이다.

물론 슈퍼 와이파이 기술은 TV 시청이 가능한 지역이라면 어디서든 초고속 무선 인터넷을 활용하게 하는 혁신적인 기술로서, 전 세계 1조 원 규모의 시장을 구축한 차세대 통신 먹거리다. 또 현재 이 기술은 미국에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주도 아래 퀄컴, 스펙트럼 브리지 등이 본격적으로 기술개발에 참여하며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전송 방식부터 주파수 할당까지,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에서조차 슈퍼 와이파이 기술개발은 논란의 대상이다. 실제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버지니아를 비롯한 4개 주에서 슈퍼 와이파이 시범 서비스를 시행할 때 지상파 방송사들은 ‘주파수 혼간섭’의 이유를 들어 맹렬하게 반대한 바 있다.

 

   
 

게다가 국내의 경우 더 큰 문제는 디지털 전환 이후라고 볼 수 있다. 2012년 12월 31일 전국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고 그 이후에 지역별 채널 재배치 사업이 진행되면 방송사는 활용 가능한 채널이 46개에서 38개로 축소된다. 여기에 미국식 디지털 전송방식을 활용함에 따라 주파수 효율성도 떨어지는 마당에, 화이트 스페이스를 슈퍼 와이파이 기술로 쓰게 된다면 이동하는 슈퍼 와이파이 기술의 폐혜가 남게된다. 즉, 슈퍼 와이파이 이동 기기의 관리 및 데이터화도 불가능할 뿐더러 아무리 GPS로 해당 기기를 관리한다고 해도 전국을 기준으로 볼 때 ‘이동하며 활용하는 슈퍼 와이파이 기술은 걸어다니는 난시청 주범’이 될 확률이 크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성명서를 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언론노조는 “방통위에 제주도에서 실시한 실험 자료(작년 있었던 방송 주파수 및 슈퍼 와이파이 혼간섭 실험)를 공개하고 DTV 전환에 상응하는 지상파방송의 직접수신율을 높이는 기술적인 방안을 내놓을 것을 촉구한다”며 아울러 “지상파 방송의 수신을 부러 방해하고 공공서비스를 축소하려는 ‘무선설비규칙개정(안)’을 당장 폐기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본지를 발행하는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회장 최동환)도 화이트 스페이스를 통한, 즉 난시청의 주범이 될 공산이 큰 ‘이동하는 슈퍼 와이파이 기술’에 반대하는 한편, 방통위의 해당 기기 관리 감독의 허구성을 짚어내고 더 나아가 슈퍼 와이파이 기술이 상용화 되는 순간 그 관리의 주체를 주파수를 주관하는 방송이 맡아야 한다는 요지의 주장을 펼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