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8일을 기점으로 새롭게 출범하는 방송통신위원회 3기는 어떤 인물로 구성될 것인가. 벌써 방통위 안팎에서 연임과 교체설이 난무한 가운데, 장관급인 위원장과 차관급인 상임위원 자리를 둘러싼 하마평도 꾸준히 오르내리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등장으로 그 힘과 위세가 많이 빠지긴 했지만 그래도 방통위는 주요 방송정책을 책임지는 핵심조직이다. 자리를 둘러싼 치열한 눈치 게임은 벌써 현재 진행형이다.
일단 이경재 위원장은 연임으로 가닥이 잡힌다. 위원장 임기가 아직 1년도 되지 않았고 현 정부와의 교감도 상당하기 때문에 무난히 연임이 가능하리라는 것에 의견이 모인다. 당장 정치권에서도 친박계 정치인 출신이자 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방통위를 본궤도에 안착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는 점이 강점으로 부각된다. 게다가 현 정권의 인사가 집권 초기 파행을 겪은 이후 소위 ‘평타는 가능한’ 올드보이의 재림이라는 프레임에 갇혀있는 만큼, 이 위원장의 연임은 가장 신빙성 있는 시나리오로 여겨진다. 이런 상황에서 이 위원장이 평소 박근혜 대통령과의 교감에 있어 강한 자신감을 비친 만큼, 위원장 자신도 연임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설도 파다하다.
여당 추천의 2인인 김대희 위원과 홍성규 위원의 거취는 불투명하다. 김대희 위원은 현재 EBS 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신용섭 전 위원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보궐로 방통위에 입성한 만큼 조심스럽게 연임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지만,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이다. 무엇보다 다른 상임위원 사이에서 존재감이 없었다는 지적이 부담이다. 다만 상임위원은 1회 연임이 가능하기 때문에 김 위원의 의지만 충분하다면 의외로 연임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홍성규 위원은 임기를 모두 채웠기 때문에 교체가 확실하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정리하자면, 여당 추천 2인은 전부 교체되거나 최소 한 명은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후임 여당 추천 위원으로 이기주 방통위 기획조정실장과 서병조 미주개발은행 수석컨설턴트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또 유연채 경기도 정무부지사와 박선규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도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이기주 원장은 방통위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한 인물로 같은 직책에서 근무하다 청와대 비서관을 역임한 후 상임위원이 된 김대희 위원과 비슷한 경력을 가진 점이 눈에 들어온다. 김대희 위원이 연임하지 못할 경우 가장 유력한 후임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여기에 ‘KBS 기자 라인’인 유연채 경기도 정무부지사와 박선규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도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홍성규 위원이 물러날 경우 가장 확실한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재유 미래부 정보통신방송정책실장을 거론하는 경우도 있는데, 최근 미래부가 창조경제를 기치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실시하고 있는 데다가 최근 국무총리실 고위 인사들의 물갈이가 대대적인 인사이동으로 불거질 확률도 높아 최 실장의 상임위원 가능성도 조금씩 고조되는 분위기다. 다만 방통위와 미래부의 특수한 관계를 고려하면 실제로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상당한 편이다.
야당 추천의 2인인 김충식 위원과 양문석 위원의 거취는 상대적으로 확실한 편이다. 우선 양 위원은 이미 연임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교체가 확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김 위원은 최근까지만 해도 위원 자리에서 물러나 본업인 교수로 돌아가려는 의사를 접고 연임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추천 인사의 후임으로는 김재홍 경기대 교수와 조순용 전 대통령 정무수석 비서관, 여기에 민주당 신경민 의원의 추천으로 MBC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완기 전 미디어오늘 사장도 유력한 후보로 여겨지며 한국방송학회 회장을 역임한 강상현 연세대 교수와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를 역임한 신태섭 동아대 교수도 있다. 강 교수는 양문석 위원의 후임으로 점쳐지고 있으며 신태섭 교수의 경우 미디어 분야에서 전투력 있는 인물로 분류되는 만큼 야당 추천 이사로 이름을 올릴 확률이 높은 편이다. 다만 야당 추천 인사권 행사에 있어 전병헌 민주당 의원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거론되는 인물의 면면이 극적으로 변경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여당 추천의 경우 관례적으로 관료와 현업, 그리고 야당 추천의 경우 관례적으로 학계와 진보시민운동에서 각각 정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추천 이사가 홍성규 위원만 물러난다는 가정을 세운다면 ‘KBS 기자 라인’의 한 명이 3기 상임위원이 될 확률이 높으며 야당에서는 양문석 위원만 물러날 경우 신태섭 교수의 취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양 위원이 자신의 후임으로 강상현 교수를 추천한다면 학계와 진보시민운동의 후보군이 뒤바뀔 경우도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