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끝없는 자격시비(1)

방통위, 끝없는 자격시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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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을 앞둔 가운데 상임위원의 자격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청문회를 앞둔 최성준 위원장 내정자를 둘러싼 의혹부터 이기주 상임위원의 자격 시비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또 다른 논란이던 고삼석 상임위원 내정자의 경우, 3월 27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고 내정자의 자격에 문제가 없다는 해석을 내렸다)

먼저 최성준 위원장 내정자다.

   
최성준 방통위 위원장 내정자

3월 27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최성준 방통위 위원장 내정자에 대한 청문계획을 채택했다.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보다 윗선에서 내정 소식을 들었다고 밝힌 최 내정자는 판사 출신 비정치인이기 때문에 청문회 통과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최 내정자가 넘어야 할 산은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우선 자녀 세금탈루 의혹이다. 최근 최 내정자의 장녀가 거액을 증여받고도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취업 준비생 신분인 최 내정자 장녀의 예금재산은 1억 4,000만 원에 달한다.

이에 방통위는 해명자료를 통해 “장녀의 재산은 할머니로부터의 증여, 오랜 기간 부모와 친인척 등으로부터 받은 돈이 증가하고 그에 따른 이자 등을 저축한 것”이라며 “관련 세금 납부를 정확하게 납부하기 위해 세무사에 금액 산정을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부역논란도 있다. 단, 해당 논란은 간접적 부역과 직접적 부역으로 갈린다.

우선 간접적 부역논란이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방통위 위원장 하마평에 단 한 번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던 최 내정자가 갑자기 낙점을 받은 배경에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있다고 본다. 비록 최 내정자가 인터뷰를 통해 김 비서실장보다 윗선에서 낙점을 받았다고 설명했지만 실질적인 단계에서는 김 비서실장이 최 내정자의 방통위 위원장 낙점을 주도했다는 평이 중론이다.

그런데 김 비서실장은 최 내정자와 직접적인 인연이 없다. 세대 자체가 다른데다 사법기관에 몸담은 배경과 시간, 장소도 교집합이 없다.

하지만 최 내정자의 장인인 김용철 경희학원 이사장은 다르다. 김 이사장은 1948년 조선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이후 1975년 유신 시절 최연소 대법관에 임명됐지만 1988년 2차 사법파동에 따라 자리에서 물러난 인물이며, 2006년부터 경희학원의 이사장을 14대부터 16대까지 연임하고 있다. 그리고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김용철 이사장과 비슷한 시기에 유신 정권 요직에 있었다.

정치권에서는 김 이사장의 3녀가 최 내정자의 아내이며, 김 이사장이 김 비서실장과 강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격적인 발탁’도 설명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자신의 방통위 위원장 내정에 일정 정도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장인의 유신 시절 경력은 청문회에서 ‘간접적 부역’으로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확률은 희박하지만 경희대학교 총장 배임 의혹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면 장인의 간접적 부역 논란과 더불어 의외의 복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최 내정자는 “나와 관계가 없는 부분”이라며 선을 긋는 모습이다.

직접적 부역논란은 최 내정자가 판사 시절 내린 정치적 판결에 방점이 찍혀있다. 특히 최근 경기도 교육감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현 명지대학교 교수)이 2010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명단을 공개하게 된 법적 근거를 최 내정자가 제공했다는 비판이 있다.

2010년 3월 2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수석부장판사로 있던 최 내정자는 전교조가 교육과학기술부를 상대로 낸 ‘명단 제공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최 내정자는 “전교조 가입 여부 공개가 사상이나 신조 등 전교조 교사 개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결을 내려 많은 비판을 받았다.

게다가 최 내정자가 1989년 서울형사지방법원 판사로 재직하던 시절 당시 안전기획부가 청구한 ‘한겨레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당장 최 내정자가 국가 정보기관의 언론사 압수수색이라는 사상 초유의 언론탄압을 묵인했기 때문에 방송 공정성의 보루인 방통위 위원장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당시 안기부는 평민당 서경원 의원 방북을 취재하던 윤재걸 기자의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한겨레 사옥을 압수수색했으며, 그 과정에서 최 내정자는 수색영장을 발부했다. 안기부의 한겨레 압수수색은 세계 언론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초유의 사건으로 꼽힌다.

이에 최 내정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언론과의 인터뷰를 빌려 “당시 압수수색영장 청구서에는 ‘사진 등 범행입증 자료’라고 돼 있었는데 포괄적인 압수수색으로 언론자유 침해 우려가 있어 입북 때 사진과 메모지로 한정했다”고 해명했다. 언론탄압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완비했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현 정부의 사법부 인력 빼가기 논란도 있다. 최근 고위 법관의 행정 고위직 이동이 빈번해지며 평생 법관제도의 취지가 퇴색되는 상황에서 최 내정자의 방통위 위원장 낙점은 삼권분립의 취지를 흔든다는 비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