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회관 장기 점거 중인 보수 단체…“이제 제발 그만” ...

방송회관 장기 점거 중인 보수 단체…“이제 제발 그만”
방심위 노조 “어르신들 가정으로 돌아가서 사법부 판단 기다려달라”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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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모[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친박 보수 단체 회원들이 한국방송회관 1층 로비에서 장기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통신심의위원회지부에서 성명서를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를 주축으로 어버이연합, 엄마부대 등 친박 보수 단체 회원들은 지난 1월 16일부터 서울 목동 방송회관 1층 로비에서 “JTBC 태블릿 PC 보도는 허위‧왜곡 보도”라고 주장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JTBC 태블릿 PC 보도 심의 민원 건을 하루빨리 안건으로 상정해달라고 요구하며 나아가 방심위 해체까지 주장하고 있다.

방심위 노조는 2월 1일 ‘보수 단체의 방송회관 농성에 대한 방심위 노조의 자괴감’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놓고 “박효종 방심위원장이 빨갱이라는 상상도 못했던 구호를 출퇴근 때마다 목격하는 것은 한국 사회의 웃픈 단면을 드러내는 신선한 경험”이라며 “방심위가 그동안 6대 3의 구조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얼마나 보수 편향적 심의를 해왔기에, 저 분들이 헛된 희망을 품고 여기 와서 이러고 있는지 심의위원회 직원들은 자괴감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태블릿 PC의 증거 능력을 인정한 검찰도 빨갱이들이 장악했고, 방심위원장도 빨갱이이고, 언론노조에 소속된 사무처 직원들도 빨갱이들이라는 그들의 저주에 가까운 비난을 언제까지 듣고 있어야 할까. 방심위가 조작 방송을 징계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이 탄핵됐고 이 나라가 망하게 생겼다는 그들의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며 “방심위가 그동안 얼마나 만만했기에 막무가내로 윽박지르고 겁박하면 해결될 거라 생각하는걸까”라고 말했다.

현재 친박 보수 단체 회원들은 보름이 넘는 기간 동안 건물 로비 점거는 물론이고, 건물 외부에도 태극기 천막을 설치해 애국가를 부르고 기자회견을 하는 등 거센 투쟁을 하고 있다.

한 방송회관 입주사 직원은 “출퇴근 시는 물론이고 점심 시간 등 건물 외부로 나갈 때마다 지하 등 별도의 통로를 이용해야 하고 입주 직원임을 확인해야 하는 등 번잡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뿐만 아니라 앰프를 놓고 애국가를 틀어놓거나 마이크로 소리를 지르는 등 업무에도 상당한 지장을 준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은 “보수 단체 회원들 대다수가 고령자들인데 이 추위에 무슨 일이라도 벌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는 한편 저들의 건강 때문에 항상 대기하고 있는 119도 이곳 농성 때문에 진짜 급한 일이 있는 다른 곳으로 출동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아 하루빨리 정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심위 노조는 “방심위가 그동안 아무리 보수 편향의 심의 결정을 해왔더라도, 보수 단체의 압박에 못 이겨 JTBC의 태블릿 PC를 조작이라고 징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수사권도 없는 방심위가 태블릿 PC의 진위 여부에 대한 사실 관계를 판단할 권한과 능력이 없을뿐더러 9명의 심의위원 중에 검찰과 특검에서 인정한 사실을 부정할 정도로 무모하고 무책임한 인물은 없고, 또 만약 심의 안건으로 상정된다 하더라도 보수 단체가 의도하는 결과물을 얻을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 제발 농성 중인 애국보수 어르신들은 가정으로 돌아가서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1월 24일 <뉴스룸>에서는 한국자유총연맹 등 보수 단체들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뒷돈을 받아 정부 지지 시위를 했고, 청와대 행정관의 사주 의혹도 있다고 보도했다. JTBC는 자유총연맹 고위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허현준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이 2015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연락을 해 집회 개최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자유총연맹뿐 아니라 박사모, 어버이연합, 엄마부대 등 보수 단체도 마찬가지다. 박사모의 자유게시판에는 집회 참여 인원 모집 공고 글이 올라오고 있고, 그 내용에는 일당 15만 원 등 구체적인 금액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