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한국방송협회가 종합편성채널 JTBC의 2026년 북중미 월드컵과 2030년 남미‧유럽 6개국 월드컵의 국내 독점 중계권 확보 발표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방송협회는 이번 JTBC의 독점 중계로 보편적 시청권의 취지가 크게 훼손되고, 중계권 확보 과정에서 대규모 국부 유출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JTBC는 10월 2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 건물에서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과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FIFA 조인식을 가졌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협약에 따라 중앙그룹의 스포츠 비즈니스 자회사인 피닉스 스포츠는 FIFA로부터 방송, 전시권을 부여받았으며, 중계권을 확보한 대회에 대해 직접 권리 행사 및 재판매를 할 수 있게 됐다. 중계권을 확보한 대회는 2026년 북중미 월드컵, 2030년 100주년 월드컵, 2027년 브라질 여자 월드컵이다. 앞서 중앙그룹은 2026년부터 2032년까지 개최되는 동하계 올림픽의 중계권도 획득한 바 있다.
방송협회는 30일 성명을 통해 “방송은 사회적 공기(公器)로서 방송법은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행사에 대해 모든 국민이 보편적으로 시청할 수 있는 권리인 ‘보편적 시청권’을 규정하고 있다”며 “유료방송 JTBC의 월드컵 중계권 독점은 ‘보편적 시청권’에 관한 방송법의 정신과 도입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JTBC가 중계권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지상파 직접수신을 선택한 국민은 월드컵 시청을 할 수 없게 되고, 시청을 원할 경우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여 유료방송 상품에 가입해야만 한다.
방송협회는 “월드컵, 올림픽과 같은 전 지구적 스포츠 중계권은 특정 유료방송에 의해 독점돼서는 안 되며, 보편적 무료 방송 수단을 통해 모든 국민이 시청할 수 있는 접근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에 앞서 ‘보편적 시청권’ 제도가 도입되고 정착된 영국, EU, 호주 등에서는 국민관심행사로 지정된 대형 스포츠 이벤트의 경우 반드시 무료방송(free-to-air)를 통해 방송해야만 한다.
방송협회는 JTBC가 자사의 이익을 위해 대규모 국부유출도 초래했다는 점도 꼬집었다. 방송협회는 “지상파 3사는 ‘스포츠 중계방송 발전협의회(Korean Sports Broadcasting Development Association)’를 통해 과당 경쟁으로 인한 과도한 중계권료 인상에 따르는 국부유출을 막기 위해 공동으로 대응해 왔고, 2019년 올림픽 중계권 협상 시 JTBC에도 협상단 참여를 제의했다”고 밝힌 뒤 “그러나 JTBC는 방송 3사의 참여 제의를 거부하고 거액의 중계권료로 단독 입찰해 향후 4회의 올림픽 중계권을 독점 계약한데 이어, 이번 월드컵 중계권까지 단독으로 확보하는 등 국가적 공동협상 틀을 무너뜨리고 불필요한 국부 유출을 야기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JTBC가 적자와 구조조정 등 어려운 경영상황 속에서 2회의 월드컵과 4회의 올림픽 중계권료를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JTBC가 ‘보편적 시청권’을 볼모로 자신들이 상승시킨 중계권료의 부담을 재판매를 통해 지상파 3사에 떠넘기고 어려운 경영상황을 타개하겠다는 의도라면 국민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