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한국방송협회는 여론 독과점의 가속을 우려하며 종합편성채널이 선거 관련 방송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1월 5일 이영 국민의힘 의원의 대표발의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상정 처리했다. 이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종편을 공직선거법상 선거방송시설 및 중계방송사업자에 포함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종편에서 선거운동 광고의 송출, 후보자의 방송연설 중계방송, 후보자 초청 대담토론회 개최 등을 할 수 있게 된다.
방송협회는 1월 7일 ‘국회는 종편에 의한 여론독과점을 심화시키는 공직선거법 개정을 즉시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가뜩이나 심각한 수위에 이른 종편의 여론 독과점 현상을 불가역적으로 가속화시킨다는 점에서 반드시 철회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3년마다 발표하는 여론집중도 조사에 따르면 매체별 뉴스 이용점유율에서 이미 2015년부터 종편은 32.9%로 지상파 32.3%를 앞질렀으며, 가장 최근인 2018년 조사에서는 32.5%로 지상파의 24.5%보다 8%p 앞섰다.
방송협회는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종편이 줄곧 신문과 방송, 양대 미디어에서 스스로 이슈를 주고받으며, 사회·정치적 의제 선정에 대한 독과점적 지위를 강화해 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원하는 대로 의제를 끌고 갈 수 있는 특수적 지위에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특혜에 가까운 특수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종편에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역할을 부여하는 것은 견제되지 않는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는 꼴”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종편이 편향된 내용으로 공정성·객관성을 입증하지 못한 것도 문제이다. 방송협회는 “종편이 출범 후 끊임없는 공정성과 객관성 시비를 일으켜온 핵심 당사자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종편에 대한 대다수 전문가들의 평가는 편향된 방식으로 공론장의 저수지를 만들어 우리 사회 여론의 양극화를 심화시켜 왔다는 것으로 수렴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김경진 당시 국민의힘 의원이 유사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 과정에서 종편이 보편적 서비스가 아닌 유료방송 채널이라는 점과 지속적인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논란 등을 고려해 해당 내용이 삭제한 바 있다.
방송협회는 “당시와 현시점이 달라진 것이라면 여론을 좌우할 종편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된 것밖에 없다”며 “눈앞의 정치적 득실을 떠나 지금이라도 상황을 냉정히 돌아보고 합리적 판단에 임할 것을 국회에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