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질 저하를 대가로 얻은 ‘KBS 흑자 경영’

방송의 질 저하를 대가로 얻은 ‘KBS 흑자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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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의 질 저하를 대가로 얻은 ‘KBS 흑자 경영’


“공영방송의 목적은 이윤의 극대화가 아니라 사회적 공익의 극대화에 있다. 따라서 공영방송의 무리한 비용 절감은 오히려 프로그램의 질적 하락과 신뢰도 저하라는 큰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크다.”


이진로 영산대 교수(한국언론정보학회 매체자본연구회장)는 24일 민주언론시민연합회 주최한 ‘이병순 체제 1년, ‘공영방송’ KBS 평가’ 토론회에서 “이병순 사장은 2009년 상반기 338억 흑자와 사업이익 45억 흑자 실적을 발표했는데 이 같은 흑자는 이 사장의 경영 성과가 아니라 방송제작비와 인건비의 비용 절감을 통해 거둔 것”이라며 “방송의 질 저하를 대가로 얻은 경영 성과는 장기적으로 공영방송 KBS에 대한 신뢰도를 저하시키고 결국 KBS라는 미래가치를 훼손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 임명된 이병순 KBS 사장은 전임 정연주 사장의 해임 사유로 지적된 ‘방만경영’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경영 성과 도출에 주력한 결과 3년만에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하지만 정 전 사장의 해임과정에서 지적된 ‘방만경영’이라는 주장 자체가 허위적 성격이 강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진로 교수는 “최근 KBS의 적자는 방만경영이 아니라 상당 부분 수신료 인상이 지연된 데 따른 것”이라며 KBS가 잘못된 경영을 한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김덕재 KBS PD협회장도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의 제1목표는 언론으로서의 역할과 방송문화산업에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능케 하는 데 있다”며 “더 나은 콘텐츠를 위한 방송제작비 상승에 따른 적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그것이 더 맞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공영방송의 목표가 흑자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공동 이익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KBS의 신뢰도와 맞바꾼 흑자 경영에 대해서도 긍정적 성과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잇따라 제기됐다. 김 협회장은 “흑자로 돌아섰지만 언론과 방송문화산업으로서의 기능에 대해선 둘 다 형편없는 수준”이라며 “공정성 부분을 떠나서 콘텐츠 부분만 보더라도 차마고도∙누들로드와 같은 킬러 콘텐츠들이 하루아침에 죽었다. 모든 프로그램들이 돈 안드는 쪽으로 축소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혜란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도 “제작비 절감이 절대적인 선일 수 없다. 지금도 전반적으로 시청자들의 바람과 왜곡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지금 당장은 나타나고 있지 않으나 향후 1년 안에 KBS 프로그램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 참석들은 대체적으로 무리한 프로그램 제작비의 감축이 장기적으로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저하시켜 시청자들의 불만과 외면을 초래하고 수신료 인상의 당위성을 좁힌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 교수는 “45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상황은 수신료 인상 요구의 정당성을 잠식시킬 수도 있다”며 “경영 흑자와 수신료 인상 요구의 딜레마 속에서 KBS는 먼저 공영방송사로서의 공적 책무를 수행해야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