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유튜브‧넷플릭스 위주로 변화된 미디어 소비 방식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된 통합방송법의 새판이 공개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월 26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과방위원장 통합미디어법 TF 발표와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 방향 논의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지난해 6월 구성된 통합미디어법 TF에서 7개월간 논의를 통해 마련한 가칭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을 발표하고 이를 토대로 향후 추진될 통합미디어법 제정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현행 방송법 체계는 지난 2000년 통합방송법 제정 이후 25년 동안 큰 변화 없이 유지됐다. 그동안 IPTV가 등장하고, 유튜브‧넷플릭스 등 OTT 위주로 미디어 소비 방식이 변화하면 방송 미디어 시장도 급격하게 변화했지만 방송법은 이를 반영하지 못했다.
최 위원장은 “TV 방송과 OTT, 선형과 비선형 서비스의 경계는 이미 무너졌고, 이용자 역시 언제든 콘텐츠 생산자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며 “하지만 동일하거나 유사한 시청각미디어서비스임에도 어떤 사업자는 강한 규제를, 어떤 사업자는 사실상 무규제를 적용받는 현실은 미디어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도 23일 열린 2026년 방송미디어통신인 신년인사회 자리에서 “우리는 지금 산업 혁명과 정보화 혁명을 지나 인류 삶의 양식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AI 대전환(AX)’이라는 거대한 문명사적 패러다임 전환기에 서 있다”며 “아날로그 시대 낡은 틀과 비대칭 규제를 과감히 허물고 미래지향적인 통합미디어 법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필요와 개요’를 주제로 발표를 맡은 이남표 용인대 객원교수는 “최근 젊은 세대가 이용하는 미디어는 유튜브, 넷플리스 등인데 이 매체들은 방송법에 적용되지 않는다. 일상의 흐름을 OTT라 불리는 미디어들이 장악해 버렸는데 법률과 제도가 없다. 유튜브의 매출이 얼마인지 다 추정치인데 이러다보니 규제 형평성, 공정 경쟁 등의 문제가 제기된다”면서 통합미디어법이 왜 필요한지부터 이야기했다.
이날 공개된 통합미디어법의 골자는 공영방송, 지상파방송, 보도채널 등 공공영역과 시장영역을 구분해 규제 체계를 정비하겠다는 것이다. 이남표 용인대 객원교수는 “종합편성 개념은 장르 구분이 약화되고 있는 현실에 걸맞지 않는다”면서 “특정 방송 분야를 중심으로 편성 의무를 부과하는 전문 편성 개념을 삭제해 보도를 제외하고 사업자가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편성 배치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권오상 디지털미래연구소 대표는 “보도는 사회적 영향력을 따져봤을 때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보도를 공공영역으로 남겨놓은 이유에 대해서 설명했다.
또 그동안 낡은 칸막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편성규제를 없애고, 광고규제도 네거티브로 대전환해 광고 시장의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권오상 디지털미래연구소 대표는 “현행 법체계에서 포지티브 규제(법에서 나열된 것만 허용)인 광고와 편성을 네거티브 규제(금지된 것 외 모두 허용)로 전환하려고 한다”며 “동일한 기능을 한다면 동일 규제를 받고, 서비스 중심으로 시청각미디어 개념을 정립한 게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법 체계에서 벗어나 있었던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의 플랫폼에 새로운 책무를 부과하는 방안도 논의선상에 올랐다. 권오상 디지털미래연구소 대표는 “OTT 등 비실시간 사업자의 경우 전기통신사업법 신고 제도를 통해 들어오고 있는데 그걸 무시할 것이 아니라 기존 신고제를 통해 받고 책무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신고제 방식을 유지하되 △알고리즘 투명성 확보 △불법·유해 콘텐츠 유통 방지 등 새로운 책무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이날 발제자들은 “오늘 공개된 법안은 완성된 설계도가 아닌 더 나은 구조를 위한 논의의 시작점”이라고 강조한 뒤 “방송 미디어 분야 쟁점이 엄청 많은데 그동안 많이 논의되었던 쟁점들만 녹여냈을 뿐”이라며 “통합미디어법이라는 이름만큼 현재 논의되고 있는 다양한 쟁점들도 녹여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한 이 자리에서는 방미통위의 역할론도 제기됐다. 토론회 참석자들 대다수가 방미통위의 리더십을 강조했는데 이에 대해 김해나 방미통위 미디어제도혁신팀 팀장은 “규제와 진흥을 모두 추진할 수 있는 방미통위가 출범한 만큼 미디어 산업 발전과 지원을 위한 다양한 정책 수단을 모색하고 법적 근거가 확보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민관 합동 미디어발전위원회(가칭)가 구성되면 미디어 통합 법제의 사회적 합의를 신속하게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