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박민 KBS 사장이 취임한 지 300여 일이 지난 가운데 그의 능력에 의문을 갖게 하는 설문 결과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 박 사장에 대한 신임 투표 결과, 응답자의 98.75%가 ‘불신임한다’고 답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지난 9월 4일부터 9일까지 진행한 ‘박 사장 취임 300일 긴급 신임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투표는 전체 2,028명 중 1,675명이 참여해 82.6%의 투표율을 보였다.
투표 결과, KBS 사장으로 박민을 신임하느냐는 질문에 ‘신임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1.25%(21명)에 불과했으며, 98.75%(1,654명)가 ‘불신임한다’고 답했다. 박 사장의 취임 이후 현재 KBS 상황에 대해서도 91.4%(1,531명)가 ‘매우 나빠졌다’고 답했으며, 이어 ‘나빠졌다’ 7.1%(119명), ‘변화 없다’ 1.4%(23명), ‘개선됐다’ 0.1%(2명), ‘매우 개선됐다’ 0%(0명) 순이었다. 98.5%의 응답자가 박 사장 취임 이후 KBS의 상황이 나빠졌다고 답하고, 긍정적으로 답한 응답자는 겨우 0.1%에 그친 것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복수 응답 가능)로는 ‘수신료 분리 고지에 대한 대응 부실(1,561명)’, ‘뉴스 및 보도‧시사 프로그램의 신뢰도 및 영향력 하락(1,446명)’, ‘편향적이고 무능력한 인물의 보직 기용(11,87명)’ 등이 꼽혔다.
박 사장이 국회에서 발의한 수신료 통합징수 법안에 대해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낸 것을 두고도 ‘매우 동의하지 않는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각각 92.5%(1,550명), 5.8%(97명)로, 부정적으로 보는 답변이 98.3%에 달했다.
박 사장의 연임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는 무려 99%의 응답자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매우 동의하지 않는다’ 93.7%(1,569명), ‘동의하지 않는다’ 5.3%(89명), ‘동의한다’ 0.8%(14명), ‘매우 동의한다’ 0.2%(3명) 순이었다. 박 사장을 신임하면서도 연임에는 동의하지 않는 응답자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박 사장에 대한 불신임은 앞서 KBS 조직개편을 두고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났다. KBS 방송기술인협회가 7월 21일부터 23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KBS 방송기술인 99%가 조직개편안에 반대하면서, 책임을 박 사장과 강동구 KBS 기술본부장에게 물었다. 조직개편의 책임에 대한 질문에 37.5%가 강 본부장을, 34.3%가 박 사장을 지목한 것이다.
이번 투표 결과를 두고 언론노조는 박 사장이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10일 성명을 통해 이번 투표 결과에 “KBS 노동자들이 취재 및 보도 현장에서 느끼는 위상 추락, 공영방송이라는 이름조차 꺼내기 부끄러운 KBS의 현주소에 대한 좌절감이 깔려 있다”고 전했다.
언론노조는 이번 투표 결과가 조합원들의 편향된 인식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수신료 분리고지에 대한 대응 부실’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힌 점을 들었다. 공‧민영방송뿐 아니라 일반 기업에서도 회사의 핵심 재정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면 해임 사유가 된다는 것이다. 언론노조는 “박민 사장은 KBS뿐 아니라 EBS에도 중요한 재원 축소를 방치한 배임을 저질렀을 뿐 아니라, 공영방송 체제 해체를 추진 중인 윤석열 정권의 충견임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민 사장에 대한 평가는 그의 연임이든, 또 다른 용산 파견 사장의 임명이든 윤석열 정권에 대한 분노만 더 키울 뿐”이라며 “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뿐 아니라 더 많은 KBS 노동자들과 시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기 전에 박민 사장은 지금 당장 사퇴하라”고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