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비선실세에 의한 헌정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국기문란의 실체가 밝혀지고 있는 가운데 일명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를 놓고 공영방송과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뒤바뀌고 있다. JTBC와 TV조선을 필두로 한 종편은 잇따른 단독 보도에 이어 자사의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통해 이번 사건을 다양한 시각으로 분석하고 있는 반면 KBS와 MBC는 공영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에 공영방송사 내부에서도 자성과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KBS는 보도 책임자들의 사퇴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뒤늦게나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를 내보내고 있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10월 31일 노사 공정방송위원회에서의 대화를 공개하며 김인영 KBS 보도본부장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에 소홀했던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KBS 새노조는 “김 본부장이 “일찍이 싹을 알아보지 못하고 낙종하는 데 보도 책임자로서 일조했느냐는 데 할 말이 없다. 경과가 어떻든 어떤 이유를 대든 보도 책임자로서 제 책임”이라고 인정했다”며 “(사퇴 의사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당연한 대답”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도에 따르면 KBS 측은 “보도본부 수장으로서 책임을 느끼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이라며 “전체 맥락을 보지 않고 사퇴에만 초점을 맞춰 성명서를 낸 것은 진의를 크게 왜곡시킨 것”이라고 KBS 새노조의 주장을 부인했다.
KBS는 이 같은 내부 갈등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으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KBS는 대표적인 시사‧보도 프로그램인 <추적 60분>을 통해 정유라의 대학 입시 및 학사 특혜 의혹, 재단법인을 통한 수백억 원대의 자금 사유화 의혹, 국정 개입 의혹 등 국정농단 행태에서 대해서 집중 보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KBS 내부 구성원들은 “이전 행동에 대한 반성 없이 지금부터 열심히 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며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에 따르면 KBS기자협회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서 ‘보도 책임자 사퇴결의문 채택’을 위한 투표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최순실 씨 관련 의혹 진상 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서 국민들로부터 야유를 받은 MBC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상파 방송사 가운데 가장 적은 보도를 내보내다 최근에야 방향을 바꾼 MBC 역시 내부 구성원들의 한숨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희웅 MBC 기자협회장은 11월 2일 사내 게시판에 ‘우리는 공범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협회장은 “사람들은 묻는다. 너희가 언론이냐? 우리는 배후와 배경과 의혹에 대해서 눈감았다. 거짓말에 대해서 따져 묻지 않았다. 충실히 받들었고, 심기를 고려했다”며 “사(私)가 끼어 지금 이렇게 대한민국이 욕을 보고 있듯, 사가 MBC 뉴스를 망쳤다. MBC 뉴스를 망치면 잘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랬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후배들이 MBC 마이크를 들어 욕을 먹고 조롱을 당하며 쫓겨나는 수모를 겪는 것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사를 위해, 입신을 위해, 자리보존에 열심일 것을 우리가 모르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면서 “MBC 기자들은 모멸을 체화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어떤 리포트에 얼굴과 음성을 담고 있는지, 훗날 이 시절의 기록으로 남을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