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전숙희 기자] 미래창조과학부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에 대해 1월 25일부터 2월 15일까지 의견 수렴을 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부가 이번 기회에 유료방송에 대한 정책 방향을 제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앞서 SK텔레콤 이사회는 CJ오쇼핑이 보유한 CJ헬로비전 지분 53.92% 중 30%를 5,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이외 잔여 지분 23.92%는 주식매수선택권(콜옵션)과 주식매도선택권(풋옵션)을 통해 추가 인수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의 최대 주주가 된다. 동시에 비상장사인 자회사 SK브로드밴드는 CJ헬로비전과의 합병을 통해 우회 상장된다. 합병 비율은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가 1 대 0.4756554로 합병 법인에 대한 SK텔레콤의 지분율은 75.3%, CJ오쇼핑은 8.4%다.
미래부는 SK텔레콤의 이 같은 인수합병에 대해 의견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우편, 팩스(02-2110-0242(방송), 02-2110-0260(통신)), 이메일(kimchangshik@msip.go.kr(방송), competition@msip.go.kr(통신))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수렴하려는 의견은 방송과 통신 분야로 나뉜다. 먼저 방송 분야는 최대 주주 변경이나 합병에 따른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공익성의 실현 가능성, 시청자 권익 보호, (합병의)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과 타당성, 유료방송 시장에서 공정 경쟁 확보 계획의 적정성 등에 대한 것이고, 통신 분야에서는 재정·기술적 능력과 사업 운용 능력의 적정성, 주파수 등 정보 통신 자원 관리의 적정성, 기간통신사업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의견을 수렴한다.
미래부 관계자는 “다음 달 중 토론회와 공청회를 열어 이번 인수합병에 대한 산·학·연 전문가, 관련 사업자,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공개 청취할 계획”이라며 “이번 인수합병이 유례없는 통신 사업자와 방송 사업자 간 결합에 관한 사안이어서 다양한 이슈를 짚어보고 폭 넓은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의견 수렴 절차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을 현행 법적 절차나 경제논리로 접근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방송법에 규정된 대로 법 절차에 따라 인수합병 변경 허가 및 승인(방송법 제15조),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제15조의 2),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에 따라 합병 변경 허가(제11조),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공익성 심사(제10조, 3개월 이내 처리)와 최대 주주 변경 인가 및 공정거래위원회의 의견 조회(60일 이내 처리)를 거쳐 승인받으면 된다.
하지만 관련 업계와 학계,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는 인수합병 후 야기될 수 있는 시장지배력 전이, 방송 사업의 공익성 및 다양성 침해 가능성 등을 놓고 우려를 표하며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을 후진적 법‧제도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얼마 전 신년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통합방송법이 개정 중에 있기 때문에 법이 확정된 후 인수합병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개정될 법에 의하면 이번 인수합병은 SO 지분 소유 제한 규정에 위배될 수 있어 그대로 추진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또 1월 2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한국언론법학회 주최로 열린 ‘미디어 기업의 인수합병과 방송법’ 세미나에 발제자로 참석한 최우정 계명대 교수는 “방송과 통신을 결합해서 신성장 동력을 재창출하겠다는 의지는 결국 방송의 주된 목적 즉 국민의 사적‧공적 의사 형성을 통한 민주적 기본 질서의 확립을 폐기해 버리겠다는 것”이라며 인수합병 이전에 법 개정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성옥 경기대 교수도 “이 사안의 핵심은 우리가 유료방송 시장을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라며 “1990년대 케이블 방송이 등장한 이후 위성방송, IPTV 등이 등장하면서 유료방송 시장이 확대해왔는데 이제는 더 이상 지상파와 케이블이라는 투톱 경쟁 구도가 아닌 만큼 새로운 시장 질서를 수립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다만 윤 교수는 이전부터 계속 제기된 공익성 심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방송 사업을 허가할 때 공익성 심사만큼 허무한 기준도 없다. 과거에 이 사업자가 얼마나 공적 업무를 했는지, 현재 얼마나 공적인 존재인지를 심사하는 게 아니라 향후에 어떻게 공익성을 실현할 것이다 라는 계획에 대한 평가로 진행돼 굉장히 허무하다”고 지적한 뒤 “엄격한 공익성 심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하지만 결국 공익성 심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사업 허가를 전제로 하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는 미래부의 이번 의견 수렴으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에 대한 찬반 공방이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텔레콤을 중심으로 인수합병을 찬성하는 측은 “급속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에서 방송과 통신의 M&A는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하는 기업의 노력”이라며 산업 활성화를 강조하는 반면 KT와 LG유플러스, 학계,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는 “구체적인 청사진과 조건 없는 M&A는 시장 지배력 이전 및 강화, 결합 상품으로 인한 방송의 저가화 심화, 방송의 공정성 및 다양성 침해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반대의 뜻을 내놓고 있어 이번 인수합병 논쟁이 어떻게 결론지어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