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교육지원법’ 이번엔 제정 가능할까?

‘미디어교육지원법’ 이번엔 제정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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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주기에 따른 평생 교육 이뤄져야”
“통합을 이룰 정부 주도의 콘트롤타워 필요해”

[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이미 몇 차례 발의됐지만 법 제정에는 실패했던 ‘미디어교육지원법’이 또 한 번 추진된다. 미디어의 영향력과 의존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누구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며 개개인을 하나의 미디어로 간주하는 시대에, 체계적이고 범사회적인 미디어 교육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학회, 방송 현업인 단체, 지역 미디어센터, 교사 단체, 시민 단체 등 총 18개 단체의 참여로 구성된 ‘디지털 민주주의를 위한 미디어교육지원법 추진위원회’는 2월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출범식을 가지고, 야 3당 의원들과 함께 기념 세미나를 개최했다.

추진위는 미디어교육지원법의 추진 경과와 추진위원회의 활동 계획안을 발표하며 출범을 공식 발표했다. 강혜란·오기현 추진위 공동 대표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 세상의 주체로 살아갈 수 있도록 미디어교육지원법이 하루속히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이러한 요구에 화답해 적극 동참하기를 촉구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김양은 건국대 연구교수는 미디어 교육의 기본적 개념과 해외 사례를 설명하고 방향성을 제시했으며, 노영란 매체비평우리스스로 사무국장은 이전에 발의했던 미디어 교육 관련 법안 내용을 비교하며 미디어교육지원법 제정을 위한 제언을 덧붙였다. 향후 미디어 교육을 위해 두 발제자가 강조한 내용은 동일했다. 교과 과정에 그치는 수준이 아니라 전 생애주기에 따라 모든 국민에게 평생에 걸친 미디어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경희 한림대 교수는 ‘정보 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생애주기 미디어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금 시대는 미디어를 통한 소통과 정보 공유가 민주주의 사회 유지의 기반을 이루고 있어 복지 차원에서 미디어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정보가 곧 자본이며 정보 불평등이 경제 불평등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사회 유지에서 소외와 낙오를 불러오기 때문”이라고 미디어 교육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미디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최근에 시작된 일이 아니다. 이미 지난 2007년, 2012년, 2013년에 관련 법안이 발의된 바 있으나 법 제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 이유로 박한철 덕성여고 교사는 관계된 많은 단체가 서로 미디어 교육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각자의 이익만 챙기려 한 점을 꼬집었다. 각자의 입장을 더 많이 관철하기 위한 주도권 싸움 속에서 미디어 교육 본연의 목적과 가치가 퇴색하고 결국 공감대 형성에도 실패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는 수많은 관계자를 통합하고 아우르는 콘트롤타워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이번 추진위의 출범이 통합이 아니라 새로운 분산을 야기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허경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사무국장은 “추진위의 목표는 기존에 거버넌스 구조가 취약했던 문제를 주체 간의 소통과 의사 교환을 통해 종합적 정책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관련 부처와 어떻게 유기적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정부 주관의 콘트롤타워가 정해질 것으로 보이며 이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콘트롤타워로서 통합과 소통을 이끌었어야 할 정부가 이에 실패한 것은 정부의 미디어 교육에 대한 이해와 인식, 그 본질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복성경 미디어 교육 강사의 말에 따르면 최일선에서 미디어 교육을 진행하는 강사들에게 정부가 윤리 강령을 강요하며 사실상 내용 검열을 시행해온 것이다. 복 강사는 “다양한 미디어와 콘텐츠를 통해 배우고 또 다양한 가치관을 형성하는 미디어 교육의 근간을 무시한 전근대적인 사태”라고 이를 비판했다.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 역시 2015년 미디어 교육 명목으로 기금을 지원받은 17개 단체 중 15군데가 영상 제작을 주로 교육하는 곳이었다며 정부가 미디어 교육의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 의문을 표했다. 이마저도 17개 단체에 총 1억 원이라는 터무니없이 적은 지원금이 주어져, 윤 소장은 “획일화된 지원과 턱없이 부족한 지원액 등의 문제가 약 10년간 이어지면서 미디어 교육의 싹이 말라갔다”고 한탄했다.

이에 유은혜 국회의원의 보좌를 맡고 있는 류지영 보좌관은 “국민에게 그리고 국회에서 설득력을 높일 수 있도록 상위적 가치에 편제된 법안이 필요하다”며 권리적·가치적 개념에서 타협하고 협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 당장 문제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민주 시민 양성이라는 투자의 관점이 필요하다”면서 “의원실에서 무게를 두고 중점적으로 추진해나가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미디어 교육으로 국민의 정보 복지가 실현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