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와

미디어 비평-[C&K]와 [WRC-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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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의 ‘700MHz 대역 주파수 기습 상하위 대역 분할 꼼수 사건’이 터진지 두 달이 되어갑니다. 동시에 국민의 공공재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대로 통신사에 보장’해버린 방통위의 행태도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조금씩 잠잠해지는듯 합니다. 그런데 최근, 친통신언론사는 물론 주류 언론까지 700MHz 대역 주파수 관련 보도로 출렁이고 있습니다. 이거, 참. 주류언론이 관심 가져주는 것만으로도 좋아해야 하나요? 헷갈립니다.

관련 보도의 내용은 대부분 동일합니다. [WRC-12]에서 700MHz 대역 주파수가 ‘황금 주파수’로 부상했으며 이 주파수가 대부분 통신쪽에 할당되기로 결정됨에 따라 우리나라도 시급히 대비를 해야 한다..이겁니다. 그런데 이 보도를 가만히 접하면서 동시에 드는 의문이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 그래서 그 기사를 쓴 기자들 몇을 어렵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곤 물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700MHz 대역 주파수가 [WRC-12]에서 통신용으로 확정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느냐. 자세히 분석하고 취재하면 알겠지만 700MHz 대역 주파수는 공식 의제도 아니었으며 일부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들의 긴급제안으로 다뤄지긴 했지만 WRC-15, 즉 2015년에 재논의하기로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자 딱 절반은 별 말이 없었으며 절반은 이렇게 반문합니다. ‘통신용으로 정해놓고 2015년에 최종 결정하겠다는거 아니냐? 그러니까 700MHz 대역 주파수는 통신용으로 정해진 것이라는 우리의 보도는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 역시 정확한 ‘팩트’는 아닙니다. 한국말이 ‘아’다르고 ‘어’다르다는 사실을 그 기자들이 간과한 것이죠. 아무말 없이 그 기자들에게 [WRC-12] 자료 원문과 region-1에 정리된 모바일과 브로드캐스팅 공동 기재표를 보여주었습니다. 그제야 조용해 지더군요.

이일이 있은 다음 이 사회의 등불이자 공정한 감시자의 역할을 다해야 하는 언론들이 왜 여론호도의 첨병이 되어버렸을까 하는 의문이 다시 고개를 듭니다. [디지털타임즈]나 [전자신문]이야 이제는 어느 정도 이해를 한다 쳐도 [서울신문] [뉴시스] [경향일보] 등 주류언론들은 별 관심도 보이지 않다가 왜 갑자기 ‘친통신’이 되어버린 것일까요. 딱 한군데, [미디어스]만 어느 정도 분석기사만 냈을 정도니까요..그럼 문제는 무엇일까. 해답은 금세 찾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방통위가 배포한 보도자료가 그 원흉이었습니다.

물론 방통위 보도자료가 거짓말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당한 ‘팩트’에 원문으로 구성된 본문을 교묘하게 뒤틀어버려 그들은 700MHz 대역 주파수가 통신에 우선 할당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주장하고 있더군요.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주류 언론들이 그 보도자료를 정말 ‘토씨’하나 틀리지 않게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각 언론사의 보도를 모두 모은 다음 방통위 보도자료와 비교분석을 해봤습니다. 결과는 역시나 똑같았습니다. 심지어 [뉴시스]의 경우 방통위 보도자료의 인용문 맥락까지 그대로 따와서 자사 기사에 띄엄띄엄 붙여놓기까지 했습니다. 방통위 보도자료에 오타 하나만 있었으면 정말 대박이었을 것 같습니다.

이 쯤되면 최근 카메룬 다이아몬드를 이용해 주가조작을 한 혐의를 받는 [C&K] 사건도 남 일이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외교부에서 보도자료 내서 특정 단체를 밀어주고 언론은 그 자료를 그대로 기사로 만들어 시세차익을 노렸던 것처럼, 이번 [WRC-12] 해당 주파수 보도도 그 연장선상이 아닐까 하는 무서운 생각도 듭니다. 그 어느 때보다 ‘언로’를 통한 올바른 진실이 중요할 때라는 생각이 드네요. 생각없이 글을 ‘뱉어내는 것’은 칼을 든 강도보다 더 무서운 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