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의 숭고한 ‘고집’

미디어 비평-[디지털데일리]의 숭고한 ‘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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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로서,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가끔 알수없는 자격지심에 빠질때가 있습니다. 특히 나의 상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능력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자격지심을 넘어 강한 질투에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도 합니다. 내가 가지지 못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났을때의 그 당혹감. 부러움. 분노. 절대 들키고 싶지 않은 두려움까지.

하지만 오늘은 그 모든 것을 차치하고 [디지털데일리]의 기사를 소개하려 합니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제가 가지지 못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팔랑귀’를 가지고 있는 기자와는 달리 너무나도 우직한 ‘고집’이라는 능력입니다. 고집도 능력이니까요. 이런, 벌써 몸이 떨려오네요. 너무 부러워서.

 

4개 지상파 기술본부장들은 3월 28일 이계철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700MHz 대역 주파수 정책을 재검토 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해당 주파수가 난시청 해소와 뉴미디어 발전의 ‘필요 조건’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지요. 이상하리만큼 통신에 편향되어 있는 주파수 정책의 편향성을 바로 잡기위한 의미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다음입니다. [디지털데일리]는 당일 기사로 관련 내용을 분석했는데 그 논지가 흥미롭습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700MHz 대역 주파수는 차세대 지상파 방송을 위한 필수주파수”이며 “해당 주파수 할당 결정을 2013년 이후에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 점을 평탄하게 설명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결론에 이르러 “하지만 급격하게 늘어나는 모바일 트래픽 때문에 많은 국가에서 700MHz를 이동통신용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월 개최된 세계전파통신회의(WRC-12)에서도 아프리카 및 아랍지역 국가들이 700MHz 대역을 이동통신용으로 분배할 것으로 요구했으며 유럽국가 역시 동의했다. 많은 국가에서 DTV 여유대역를 모바일 브로드밴드 용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라고 기사를 맺어버렸습니다. 동시에 전 이 기사를 보고 기자의 그 우직한 고집에 소스라치게 놀라버렸고요. “700MHz 대역 주파수는 앞뒤 가리지 말고 무조건 통신에 몰아야 한다”는 소위 친통신 언론사의 단면이 그대로 묻어나는 맺음말이었습니다.

 

당시 지상파 방송사 기술본부장들이 전달한 의견서를 보면 “700MHz 대역 주파수를 전세계적으로 통신에 할당한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와 “세계전파통신회의에서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을 통신에 할당한 적이 없다”고 분명히 주장했습니다. [전자신문]기사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가 있지요. 그런데 [디지털데일리]는 이런 명백한 사실을 두고도 지상파 의견서를 천천히 설명하는가 싶더니 이내 자기 좋을대로 주장을 해놓고 기사를 끝내버렸습니다. 이미 결론은 정해졌다 이건가요? 명백한 사실을 호도하는 방통위에게 그 주장의 허구성을 알리고 올바른 정책수립을 요구하는 의견서 전달을 알리는 기사에서 느닷없이 그 허구성을 다시 꺼내와 글을 마무리 하다니. 장난치는 걸까요? 아니면 생각없이 기사를 쓴 것일까요?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사람 불러야 하나요?

 

현재 지상파 방송사들은 4개 방송사 사장들이 모여 수신환경개선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들어간 한편 세계 최초로 지상파 3D 방송을 시작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또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에 대한 진지한 논의의 장을 열고 UHDTV 실험방송 협약식을 통해 미디어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이런 진지한 움직임이야말로 그 원동력이 되는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의 근거가 되기에 부족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디지털데일리]의 기사 마무리는 이런 상황을 모르고 쓴 기사라고 가정한다고 해도 너무나 ‘기계적인 피드백’입니다. 하지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장해 버리는 것은 이순재 보험으로 충분합니다. 친통신 기조에 빠져 허우적대며 고집을 세우기 보다는 현재의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해 올바른 주파수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