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신드롬은 한국 언론 위기의 반증

미네르바 신드롬은 한국 언론 위기의 반증

688

미네르바 신드롬은 한국 언론의 위기의 반증 

리먼 브라더스 파산 예측 등 미국발 국제 금융경제 위기의 실체와 국내 파급 문제를 예리하게 분석·전망하면서 이른바 ‘미네르바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필명 ‘미네르바’가 최근 체포, 구속되었다. 이를 둘러싼 논란이 현재 끊이지 않고 있다.
미네르바가 지난해 12월 29일 인터넷에 올린 글 ‘대정부 달러매수 금지 공문 발송’ 등 2건의 글에 대해서 검찰은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1항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발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조항을 적용, 구속했다.
그러나 이 같은 법 적용에 대해서 48개 언론시민단체로 구성된 미디어행동은 “국민 주권자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탄압하고, 인터넷 여론과 소통의 광장을 폐쇄시키려는 정권과 한나라당, 권력의 시녀인 검찰 당국의 합작품”이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정권에 비판적인 인터넷 여론을 탄압하기 위해서 무리한 법 적용을 했다는 지적이다. 이와는 달리 보수언론과 보수세력은 “허위사실을 유포한 미네르바 구속은 타당하다”며 검찰을 옹호하고 있다.
국내 보수언론과 달리 외신들은 한마디로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미네르바 체포 사건은 한국 정부가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은 언론과 인터넷 여론을 척결하려는 과정에서 터진 사건" (파이낸셜타임즈)
"금융 위기의 타격으로 한국 정부가 부정적 언론보도를 과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정부 등 주요 경제 정책권자들이 국내 경제전문가와 애널리스트들에게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 ‘황당뉴스’)
"미네르바의 글이 정부의 경제 정책과 환율 시장 개입에 대한 날카로운 비평으로 당국자들 짜증스럽게 만들었다." (AFP)
여론 조사에서도 대다수의 국민은 ‘미네르바 구속이 지나치다’라고 인식하고 있다. 한나라당 내부와 보수세력 일부에서조차도 ‘구속까지 할 사안은 아니다’라는 비판이다.
미네르바 신드롬 현상과 일련의 사건은 우리 사회와 언론계, 법조계 등에 많은 과제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첫째 미네르바 박 씨를 구속시킨 법률적 근거가 된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1항의 위헌성 여부이다. 법조계와 학계, 언론계 등에서는 ‘공익을 해한다’는 조항의 포괄성과 불명확성 등을 들어서 위헌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이 조항은 헌법재판소에 위헌 청구 소송이 진행 중이다.
둘째 촛불 탄압에 이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 검찰의 인터넷 여론 탄압이다. 조중동 광고불매운동 카페에 대한 수사와 기소 등에 이은 미네르바 구속은 정권에 불리한 비판적 인터넷 여론을 그냥 두지 않겠다는 초강경조치이다. 네티즌들의 인터넷 엑서더스를 보면 정권의 여론탄압의 위험성을 잘 알 수 있다.
셋째 미네르바 체포 과정에서 불거진 <미디어다음>의 미네르바 신상정보 제공 행위는 전기통신사업법 상의 ‘자료제출요구권’의 문제점과 함께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디어행동은 이와 관련, 네티즌의 신상정보 보호를 외면한 다음의 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
넷째 미네르바 구속을 계기로 정부 여당은 사이버모욕죄 입법화에 더욱 고삐를 죄고 있다.
이제 미네르바 구속 사건은 <신동아> 2월호의 또 다른 미네르바 K 씨 인터뷰 재차 보도를 통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K 씨가 미네르바는 금융계 종사 7인으로 구성된 팀이라며 리먼 브라더스 파산 예측 등 5백 여 편의 글을 자신들이 공동으로 작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K 씨는 미네르바 박 씨를 전혀 모르며 IP는 조작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검찰이 구속한 미네르바 박 씨와 <신동아>의 미네르바 K 씨 간의 원조 미네르바가 공방과 함께 졸속적인 검찰의 정략적 수사에 대한 비난이 급등하고 있다. <조선일보>까지 나서서 검찰의 재수사를 촉구하는 형국이다. 진실은 시간이 지나면 알려지게 마련이다.
네티즌의 인터넷 상의 자유로운 글쓰기에 대한 이명박 정권의 검찰을 동원한 구속 수사로 인해 전 세계 유수의 언론이 한국을 불신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언론과 언론계 역시 비난의 화살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미네르바의 경제 예측과 비판에 대해서 띄우기에 나섰던 언론은 경제가 파탄의 수렁에 빠져든 지난 1년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의제설정에 실패한 기성언론은 이제 인터넷과 이를 활용한 네티즌들의 정보력과 글쓰기, 소통에 의해서 ‘받아쓰기만 하는 주변부 매체’로 전락하고 있다. 미네르바 사건은 역설적으로 한국 언론의 일대 위기를 말해주는 반증이다.

이준희 /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