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중립성 두고 ‘팽팽한 기싸움’만

망중립성 두고 ‘팽팽한 기싸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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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이나 보이스톡 등의 통신망 이용을 두고 논란이 이는 가운데 국내 대표적인 망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 단말기 제조사 등 이해 당사자들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였으나 그 결과가 예상보다 초라했다. 망중립성에 대한 개념 확립은커녕 이해 당사자들의 팽팽한 기싸움만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위원장 곽승준)가 주최한 ‘대한민국 통신망 대전쟁, 해법과 미래는?’라는 제목의 토론회에 참석한 통신 업계 관계자들과 시민들은 최근 일고 있는 통신망 논란의 해법을 찾기 위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양측의 이해 당사자들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이는 만큼 이번 토론회에 대한 업계의 관심은 각별했으나 그 결과는 이전에 개최된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해법 없는 평행선을 달릴 뿐이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석우 카카오 대표와 박준호 삼성전자 DMC 연구소 전무는 망중립성에 대한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이 대표는 “보이스톡은 통신사들을 따라잡으려고 출시한 서비스가 아닌 만큼 보이스톡이 음성통화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며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차별이 없는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박 전무 역시 “차별 없는 망중립성이 기반이 됐을 때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서비스들이 발전할 수 있다”며 데이터 압축기술 등 기술발전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김희수 KT 경제경영연구소 상무는 “망중립성을 토대로 새로운 기술 혁신이 가능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차별적인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기술의 혁신이 가능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상무는 “서비스 사업자들이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려 할 때 대가를 내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중립성과 차별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태철 SK텔레콤 전무는 “망중립성의 가치는 결국 그 기반이 되는 통신망이 계속 확충되고 고도화되는 전제 하에 존재하는 것”이라며 “통신망의 지속 가능성과 망중립성의 가치를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토론회를 통해 카카오의 보이스톡을 필두로 한 mVoIP 서비스의 트래픽 과부하 논란은 우선 한 발작씩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전까지 보이스톡으로 인한 트래픽 부담을 호소해왔던 KT 측과 SK텔레콤이 기존의 발언 수위가 과잉됐었다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정태철 SK텔레콤 전무는 과잉표현이 있었다고 인정하며 “갑자기 바뀌기는 힘들겠지만 데이터 요금구조가 낮게 설정돼 있는 만큼 mVoIP에 대해서는 조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통신사들의 요금제 개편 발언에 더해 토론회를 개최한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역시 요금제의 조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곽 위원장은 “음성+문자+데이터로 묶어둔 현 요금제에 보이스톡과 같은 mVoIP 항목을 넣어 필요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개편해야 통신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 윈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이스톡과 같은 mVoIP가 필요한 사람도 있고 필요하지 않은 사람도 있는데, 무조건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는 것은 통신 사업자나 소비자 모두에게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곽 위원장은 “스마트IT 산업 전반이 다양해지면서 망 사업자, 플랫폼 사업자, 제조사, 콘텐츠 공급자들 사이에 갈등 국면이 있는 것 같다”면서 “업종 간 전략적 제휴 등을 활성화해 공존하는 산업 생태계로 진화해야만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