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승인 심사를 앞둔 종합편성채널이 대형사고를 쳤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콘텐츠 투자계획·재방송 비율 준수’ 등 승인조건을 이행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단 한 곳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방통위는 1월 28일 전체회의를 통해 종편 4사에 각각 3,75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번에 부과된 과징금은 지난해 8월 방통위가 종편에 2012년 콘텐츠 투자계획 중 미이행 금액과 2013년 계획한 투자금액을 이행하고 2013년 재방비율을 준수하라는 시정명령을 하나도 이행하지 않아 결정된 것이다.
![]() |
||
방통위가 공개한 시정명령 불이행 사례는 경악할만한 수준이다. 우선 TV조선의 경우 2012년 불이행금액 971억 원과 2013년 1,609억 원을 합해 총 2,580억 원을 콘텐츠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로 집행된 금액은 414억 원에 불과했다. 또 2013년 재방송 비율은 43.5%에 달했다. 기존 사업계획인 23.8%와 비교하면 2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JTBC는 2012년 불이행금액 1,067억 원과 2013년 2,322억 원을 합해 총 3,389억 원을 콘텐츠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2013년 투자 금액은 1,511억 원이었다. 재방비율은 당초 사업계획에 16.9%였으나 2013년 무려 62.2%다.
채널A도 마찬가지다. 2012년 불이행금액 819억 원에 2013년 1,872억 원을 합해 총 2,691억 원을 콘텐츠에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2013년 투자금액은 493억 원이다. 재방비율도 사업계획에는 22.6%였지만 실제로 46.2%에 달했다. MBN은 2012년 949억 원과 2013년 1,815억 원을 합쳐 2,764억 원을 콘텐츠에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972억 원에 불과했다. 재방비율도 사업계획은 29.2%였지만 실제로는 48.7%였다.
이에 방통위 전체회의에서는 야당 위원들을 중심으로 약속을 지키지 않는 종편에 대한 성토가 집중적으로 이어졌다. 양문석 위원은 “종편 4사가 4개의 사업자가 선정될 줄 몰라 사업계획 이행을 거부하는 것은 종편 선정 이유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고 지적하며 “영업정지를 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또 김충식 위원도 ”국민의 감정과 행정기관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현 과징금에서 50% 추가로 가중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방송법과 그 시행령에 따라 주무기관의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3개월간 영업정지가 가능하다. 다만 방송중단이 시청자에게 심한 불편을 주거나 공익을 해할 우려가 있을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게 된다. 과징금에서 50% 까지 가중하거나 감경이 가능하다.
한편 종편측은 방통위의 결정에 대해 “종편 선정 당시에는 1~2개의 사업자가 선정될 것으로 알고 사업 계획서를 작성했는데, 실제로는 4개가 선정됐기 때문에 이를 모두 시행하는 것은 무리다”는 다소 이해되기 어려운 해명을 내놓았다. 여기에 종편은 한 발 더 나아가 “ 행정처분을 다시 검토하거나 과징금을 법정상한액의 50%로 감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종편 재승인 심사 정국을 앞두고 첨예한 갈등이 빚어지는 가운데, 이번 과징금 부과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