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대통령실이 KBS 수신료 분리징수를 권고한 가운데 KBS는 “수신료 분리징수는 공영방송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이라며 “분리징수보단 공영방송의 역할 변화와 재원 체계 전반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6월 5일 “30여 년 간 유지해온 수신료와 전기요금의 통합징수 방식에 대한 국민 불편 호소와 변화 요구를 반영해 분리징수를 위한 관계 법령 개정 및 그에 따른 후속 조치 이행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며 “국민 참여 토론 과정에서 방송의 공정성 및 콘텐츠 경쟁력, 방만 경영 등의 문제가 지적됐고, 수신료 폐지 의견이 제기된 만큼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영방송 위상과 공적 책임 이행 방안을 마련할 것도 권고안에 담았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날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수신료 분리징수를 권고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3월 9일부터 한 달 동안 수신료 징수 방식을 국민 참여 토론에 부친 결과 총 투표수 5만 8251표 중 약 97%에 해당하는 5만 6,226표가 분리징수에 찬성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KBS는 “그동안 대통령실 국민 제안과 관련해 의견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유감”이라고 밝혔다. KBS는 “수신료 통합징수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공영방송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 징수 방식”이라며 “수신료 징수 방식의 변경은 보다 면밀하고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신료 징수 방법의 변경은 선진 민주국가 대부분이 채택하고 있는 공영방송 제도를 대한민국에서 폐지할 것인가의 여부와도 직결되는 중요하고도 민감한 사안”이라며 “KBS는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공영방송에 부여된 공적책무를 충실히 이행함과 동시에 가장 효율적인 징수 방식을 국민께 설명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KBS는 국민이 낸 수신료로 공공을 위한 방송을 만들기보다는 자기 배를 불리기에 급급했고, 공정과 신뢰라는 기본 책무조차 내팽개쳤다”며 수신료 분리징수에 찬성했다. 국민의힘은 “(KBS는) 문(文)정권 내내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하며 좌 편향 보도로 일관했고, 검언유착 의혹 녹취록 허위 보도 등 신뢰할 수 없는 보도도 수없이 있었다”고 말한 뒤 “방만 경영은 극에 달해, 2020년 기준 1억 원 이상 연봉자의 비율이 46.4%에 이르며, 지난해 사업 손실 90억 원, 당기순손실은 118억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국민은 더 이상 공영방송으로서 기능을 상실한 KBS에 수신료 강제 납부를 원하지 않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그동안 ‘조세 탈취’에 가까웠던 KBS 수신료 분리징수를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이며, 공영방송 KBS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방송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이 돈줄을 쥐고 공영방송을 협박하는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반발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공영방송이 권력과 금력에 흔들리지 않고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으로부터 수신료를 받아 운영하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언론장악과 언론탄압을 용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강 대변인은 “민주당은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공영방송을 대통령의 손아귀가 아닌 국민의 품에 돌려놓겠다”면서 “수신료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산정하는 수신료 위원회를 신설해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 수신료를 책정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