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구속과 표현의 자유 위축

네티즌 구속과 표현의 자유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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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구속과 표현의 자유 위축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지난 8월 21일 밤늦게 조중동의 광고지면 불매운동을 주도한 누리꾼 2명에 대해 구속이 결정되었다. 촛불 시위가 벌어지는 동안 1,500 여 명에 달하는 숫자의 사람들이 연행되었고 그 중 몇은 구속되기도 했지만, 이번 사건에 특히 주목하게 되는 문제의식이 있다면 이것이다. “이들은 단지 말을 했을 뿐인데”. 촛불 시위라는 ‘행위’ 때문에 사람이 구속된 것이 정당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누리꾼들이 ‘저지른’ 일이란 게시판에 글을 쓰고 인터넷 카페를 개설하여 그곳에서 토론한 것뿐이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논란은 본질적인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네티즌들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광고지면에 대하여 불매운동을 벌이고 이를 위한 카페까지 개설하게 된 것은 촛불 시위와 광우병에 대한 위 세 개 신문의 보도에 문제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조중동은 광우병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를 ‘광우병 괴담’이라고 폄하하고 촛불 시위 시민들을 폭도로 매도하는가 하면, 그 과정에서 자신들이 몇 년 전에 보도하였던 광우병 관련 사실관계마저 부인하는 행태를 보였다. 네티즌들은 언론 소비자로서 이런 보도 태도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는 사회운동을 벌였고 그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광고지면 불매운동이 널리 퍼졌다.

이 논란이 우리 사회 표현의 자유 문제로 떠오르게 된 것은 공권력이 깊이 개입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지난 7월 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조중동 광고지면 불매운동 게시물 58건에 대해 ‘불법정보’라는 이유로 ‘삭제’하라는 결정을 내렸고, 검찰은 7월 7일 카페 운영자와 네티즌 수십 여 명에 대한 소환조사 방침을 발표하였다. 전담수사팀까지 마련한 검찰은 이어 네티즌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와 압수수색 등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고 마침내 구속하기까지 이르렀다. 네티즌들의 활동이 우리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고 소비자 주권의 행사라는 문제제기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수사기관들은 촛불 시위를 둘러싼 인터넷 여론에 유독 강력하게 대응해 왔다. 지난 5월의 ‘광우병 괴담’ 수사를 떠올려 보자. 촛불 시위가 시작되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기 시작하자 정부와 수사당국은 바로 ‘광우병 괴담 수사’에 착수하였다. 수사에 착수했을 뿐 아니라, 경찰과 법무부를 비롯한 당국의 수장들이 시시때때로 언론을 향해 ‘검거하겠다’, ‘사법처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한국인이 광우병에 취약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라거나, “5월 17일에 동맹휴업하자”는 인터넷과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괴담’으로 지목되었다. 법률전문가들은 저런 주장이 대한민국 현행법률상 결코 위법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하였지만, 수사기관들의 서슬퍼런 기세에 인터넷은 위축되어 갔다. ‘동맹휴업’을 제안한 한 청소년이 ‘학교에 대한 영업방해’라는 희한한 죄목으로 불구속 입건되었고, ‘괴담’으로 지목된 주장들은 인터넷에서 빠른 속도로 사라져 갔다. 촛불 시위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에도 청소년들의 동맹휴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다. 나중에 법원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기에 앞서, 수사기관의 대대적인 수사 착수 소식은 국민들에게 이렇게 들린다. “입 다물엇!” 한마디로 공권력의 행사를 만방에 떨침으로써 국민들이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이를 깊이 의식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표현의 자유 이론에서 말하는 이른바 ‘위축적 효과’(chilling effect)이며, 인터넷 시대에 등장한 ‘신종 검열’이다.

과거 ‘검열’이란, 공권력이 사전에 책이나 음반, 영화의 내용을 검사하고 그 발표 여부를 허락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인터넷 시대 공권력의 발휘는 위축적 효과에 방점을 찍고 있다. 매일 수십, 수백만 만 건의 내용 등록이 이루어지는 인터넷에 대하여 사전에 검사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더러 적어도 절차적 민주주의가 제도화된 국가에서는 위헌 논란을 비껴갈 수 없다. 그래서 오늘날 정권이 선호하는 것은 위축, 즉 자기 검열이다. 특히 수사기관의 수사는 착수만으로도 인터넷 여론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최근 이명박 정부가 도입하고 있는 인터넷 정책들에는 여론을 위축시키려는 정치적 의도가 노골적으로 읽힌다. 촛불 시위에 혼쭐이 난 후 청와대는 인터넷 전담비서관을 신설했고, 경찰은 ‘인터넷 대응팀’을 운영하기로 했으며, 한나라당은 사이드카 제도(여론 민감도 체크 프로그램)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모두 인터넷 여론을 초기부터 감시하겠다는 의도가 명백히 드러나 있다. 제도적 변화도 예고되었다. 정부는 제한적 본인확인제, 즉 인터넷 실명제를 현행 37개 사이트에서 대폭 늘려 268개 사이트에 의무화하겠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8월 8일 공청회까지 가졌다. 더불어 ‘사이버 모욕죄’까지 신설하겠다고 한다. 이 정부가 바라는 바는 비판적 의견이 인터넷에서 하루아침에 모두 사라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부와 수사기관이 무서워서 국민이 말을 못한다면 그 사회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래도 비관할 필요는 없다. 올 상반기를 뒤흔든 촛불 시위에서 우리가 배운 점이 있다면, 민심은 결코 곤봉과 방패로 회유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권력으로 인터넷을 틀어쥐면 국민 여론이 잠잠해질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언제나 정부가 해야할 일은 국민 여론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