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동맹을 유지하는 강고한 ‘현장 투쟁’이 되기를 바라며

내부 동맹을 유지하는 강고한 ‘현장 투쟁’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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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김재철씨의 ‘도발’을 우회할 수 있다면, 39일간의 힘든 싸움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에두를 길은 없었고,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정면으로 응전했다. 정권과의 한 판 승부였지만, 정권은 ‘천안함’을 6․2 지방선거에 최대한 이용해 먹는 데 더 골몰했다. 제 풀에 지치기를 기다린 것이다. 큰 싸움이었던 만큼, ‘황희만 부사장 선임’이라는 도발을 철회시키는 가시적인 성과 없이 39일간의 파업을 접는 데 우여곡절이 없을 리 만무했다. 그 과정을 거쳐 MBC 구성원들은 현장 투쟁을 다짐하며 돌아갔다.


큰 싸움의 마무리에는 언제나 잡음이 있기 마련이며, 이 잡음은 힘겨운 싸움을 함께 해온 구성원들 사이에 깊은 감정의 앙금과 상처를 남기곤 한다. 투쟁해온 구성원들 사이의 감정과 대의의 ‘동맹’이 깨지는 것은 그 최악의 모습이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이런 전철을 밟지 않은 것에 깊은 격려를 보내며 깊이 신뢰한다. 남아 있는 현장 투쟁은, 서울MBC와 지역MBC를 아우르는 MBC본부의 강고한 동맹과 신뢰가 깨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MBC본부는 ‘공정방송의 의지가 살아있는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지키는’ 측면에서 현장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공정보도강화 특별위원회 △PD수첩 사수 및 프로그램 공영성 강화 특별위원회 △노조 탄압 분쇄 특별위원회 △지역 MBC 사수 특별위원회 △방송문화진흥회 개혁과 MBC 장악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위원회 등을 구성해 공영방송 MBC를 지키는 싸움을 완강하고 지속적으로 벌이겠다고 결의했다.


이와 동시에, 정권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MB와 고려대 동문인 재계 CEO 출신의 구조조정 전문가 김재우씨를 선임했다. 향후 싸움이 어떻게 벌어질지를 예감할 수 있게 한다. ‘김재우․김재철’ 두 김씨가 펼 수 있는 선택지는 한 가지다. 내부를 분열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두 김씨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카드는 바로 ‘지역MBC 통․폐합’과 ‘광역화’라는 사안이다.


서울MBC 구성원과 지역MBC 구성원 사이에 이 사안을 두고 적지 않은 의견 차이가 있음은 익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차이를 좁혀야 한다. 이 차이를 좁히기 위한 몇 가지 ‘사실’이 있다. 이는 그동안 이뤄진 네 차례 광역화 논의 과정, 2007년 이후 지역MBC에서 횡행했던 인원 감축 과정에서 확인된 것들이다. 첫째, 지역MBC는 서울MBC의 단순한 중계소가 아니라 지역문화 유지․발전의 보루라는 것이다. 둘째,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현격한 경제적 격차 속에서 광역화가 지역MBC 재원의 안정과 규모의 경제를 보장하는 전가의 보도는 아니라는 점이다. 셋째, 이미 축소될 대로 축소된 지역MBC의 인원 규모에서 통․폐합 식 광역화는 반드시 ‘쥐어짜기’ 식 인원 감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들을 확인해 가면, 결국 서울과 비서울의 지배․종속 관계로 얼룩져 있는 전체 MBC 네트워크를 혁신하게 가장 우선해야 함을 전체 MBC 구성원들이 합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신뢰한다. 아니 그래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MBC본부의 다른 현장 투쟁들에 신바람이 불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분열시키려는 자들 앞에서 서로의 깊은 공감 속에서 더욱 굳건해지는 동맹을 볼 수 있기를 가슴 깊은 곳에서 열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