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남북 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면서 남북의 방송 교류를 현실화하기 위한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 방송 제작 호환성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와 한국방송학회는 ‘한반도 평화시대, 남북 방송교류 현실화와 장기적 방송교류 로드맵 수립 방안’ 세미나를 3월 7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최선욱 KBS 공영미디어연구소 박사는 먼저 현재 북측의 방송기술 현황을 설명했다. 북측의 TV방송은 4개 채널이 있지만, 3개 채널은 평양에만 방송되며 전역에 방송하는 채널은 조선중앙텔레비죤뿐이다. 이마저도 평일에는 오후 5시부터 11시까지밖에 방송하지 않는다. 라디오방송은 5개 채널이 있으며 이 중 2개 채널은 대남·대외 선전 채널이다. 요약하자면 적은 채널을 가지고 있으며 편성 시간 역시 길지 않다. 통제하기 쉬운 체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위성방송은 태국의 타이콤과 미국의 인텔셋21을 통해 방송 전파를 쏘고 있으며, 2016년 8월부터 IPTV를 개시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측에서의 명칭은 망 다매체 열람기다. 난시청 해소 목적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가구 수준에서 TV 시청 빈도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북측 체제를 위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2년에는 중국의 지원이 전환점이 돼 디지털화를 진행했다. 중국 CCTV가 5백안위안(약 80만 달러) 규모의 제작 및 송신 장비를 기증한 것이다. 2017년에는 Grass Valley HD 카메라, MPEG 비디오 재생기, HD 중계차 등을 마련해 제작 시설을 HD화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 덕분에 최근 있었던 남북의 제작 분야 교류·협력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 남북 통일농구대회 중계 당시에도 북측에 HD급 장비가 마련돼 있어 제작 포맷 변환 정도만 필요했을 뿐 큰 어려움이 없었다는 것이다. HD급 제작이나 중계차 내부 진행 역시 잘 이뤄졌다는 평이다.
디지털화를 통해 호환성 장벽은 크게 낮아졌지만, 방송 표준은 앞으로 해결해가야 할 과제다. 최 박사는 “북측이 남측의 표준에 따라야 한다는 종속적 시각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조건 따르라고 할 것이 아니라 공통화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정하고 확대해 나가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8K 등 차세대 방송 방식의 도입을 논의하는 시점에 함께 이야기해 표준을 맞춰나가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
아울러, 최 박사는 “어떤 방송 교류를 하겠다는 계획 없이 무엇이 가능한지 체크해보는 것은 너무 무계획해 보인다”고 꼬집으면서 “좀 더 명확한 계획을 세우고 남북 방송 교류·협력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방송에서 담는 북한의 모습과 방송 방식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이창현 국민대 교수는 “지난해 현송월에 대한 보도는 과거 북한 응원단을 취재하며 보여줬던 선정주의적 대상화에서 변한 것이 없었다”며 “북미 정상회담 또한 미국 대통령의 일방적 멘트를 단순 보도하는 트윗 중계식 방송 보도에서도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을 공포의 대상으로 타깃팅하며 전쟁의 공포를 조장한 ‘북한 오리엔탈리즘’과 상업주의적 정상회담 보도에 대한 반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북측은 남측의 방송도 보지 못하게 할 정도로 방송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남북 관계에서 방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지금까지 부정적 방송을 해놓고 이제 와 교류·협력하자니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언론에 대한 성찰과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